아직까지 게임에 사회적 편견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상당수의 사람이 게임 자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게임을 추상적으로 바라보고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게임에 관한 이해가 높아진다. 아울러 게임 업계 측에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 유통망 다변화라는 화두가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과 일부 젊은이의 문화로 여겨지는 게임이 유통망 다변화를 통해 국민적 문화콘텐츠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게임유통 혁명 ‘오픈마켓’=게임 유통 다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형태는 오픈마켓이다. 자신이 가진 물건을 인터넷에 자유롭게 올리는 인터넷 오픈마켓처럼 게임 오픈마켓이 새롭고 강력한 게임 유통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애플 앱스토어다. 애플은 아이팟이나 아이폰 등 자사 휴대형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 게임이나 음악 등 각종 문화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앱스토어’를 열었다. 앱스토어는 수억건의 다운로드가 알어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업체 엔플루토 개발자인 변해준씨가 동료와 만든 ‘헤비메크’는 앱스토어에 올라간 후 2주 만에 전체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달도 안 돼 수십만달러를 벌었다.
변씨는 “앱스토어에는 샷건 총이 나오고 소리를 내는 단순한 게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귀 소리를 내는 게임도 있다”며 “전혀 게임으로 개발될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수익을 내는 공간이 오픈마켓”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앱스토어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곳”이라며 “실력만 있으면 내로라하는 외국 개발자들과 당당하게 겨루고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게임 오픈마켓 가시화=국내에서도 게임 앱스토어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NHN이다. NHN은 이르면 내달 앱스토어의 축소판과 유사한 게임 전용 ‘온라인 게임 마켓플레이스’를 열 예정이다.
NHN의 온라인 게임 마켓플레이스는 NHN이 배포한 게임 개발 솔루션으로 개발된 게임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형태다. 이를 위해 NHN은 전국 대학의 50여개 게임 관련 학과와 협약하고 게임 개발 상용 엔진을 배포한다.
앱스토어와 달리 별도의 개발자 등록비는 없다. NHN은 베타판 수준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인기가 높으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이렇게 심의된 게임을 한게임에서 공식 서비스할 방침이다.
김정호 한게임 대표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능한 개발자를 발굴하고 게임 인구의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일반 게임 개발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특이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닌텐도 신화’를 꿈꾸는 게임파크홀딩스도 NHN과 비슷한 시기에 게임 오픈마켓을 개설한다.
게임파크홀딩스의 오픈마켓은 휴대형 게임기 ‘GP2X 위즈’용 게임을 판매한다. 국내외 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해 유·무료로 공유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형태다.
게임파크홀딩스는 게임 오픈마켓을 콘텐츠 포털사이트 개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게임파크홀딩스는 2006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국내·북미·유럽 등 10만여명의 GP2X 시리즈 아마추어 커뮤니티 개발자를 대상으로 게임 개발툴(SDK)을 배포하고 UCC형 게임 콘텐츠를 서로 공유하는 형태로 확대할 계획이다.
◇DVD 틀 깨고 인터넷 속으로=가정용 게임기의 유통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DVD 틀을 깨고 인터넷을 새로운 유통망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앞으로 가정용 게임기 이용자들도 게임을 사기 위해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별도의 패키지를 구매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다운로드 전용 게임은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며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최근 잇따라 플레이스테이션3 다운로드 전용 게임을 내놓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래그돌 쿵푸’는 1960년대 홍콩 무협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쓰레기통’과 ‘플라워’ 역시 간단한 조작만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캐주얼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말 ‘새로운 X박스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X박스360을 매개로 한 네트워크 서비스인 X박스 라이브를 통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X박스 라이브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도 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교류한다.
해외에서는 미국 신생업체인 온라이브가 별도의 프로그램 다운로드나 게임 디스크 없이 온라인으로 비디오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을 개발했다.
비디오게임 스트리밍은 쉽지 않다. 압축되거나 작은 파일로 나뉘어 전송되는 음악·영화와 달리 양방향성과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이브가 개발한 이 기술은 이용자가 게임 중 플레이 지연(lag)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비디오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했다.
슈팅게임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시차 없이 총알이 발사되는 셈이다. 이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가 현실화되면 구형 PC에도 게임 이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게임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 모듈이 없는 때에도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