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CTO 필요하다] (하)국가 CTO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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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IT 산업성장률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18% 선에 이른다. 산업규모도 지난 2006년 248조원 규모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6년 기준 명목 GDP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IT 산업 비중이 우리나라에 비해 더 높은 국가는 노키아가 국가 경제를 이끌다시피하는 핀란드 정도다. SW 강국인 인도도 IT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불과하다. 일부는 IT를 별도 산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다. IT는 통신, 인터넷, 서비스, SW, 반도체 등에서 시작해 전자 제품이라는 디바이스 형태로 구현되다가 최근에는 자동차, 국방, 항공, 우주, 건설 등 모든 분야의 타 산업으로 파급됐다.

 나노테크놀로지(NT)·바이오테크놀로지(BT) 등 다른 기술과도 융합되는 추세다. 서비스, 컨설팅 등 3차 산업으로도 진화한다. 현 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녹색성장 역시 IT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최근 방한한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그린 기술 가운데 절반 정도가 IT”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IT 간담회에서 “청와대 내에 IT 컨트롤타워를 두겠다”고 하자 업계와 학계에서 이참에 수석급 CTO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IT의 변화무쌍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IT산업은 높은 산업 비중과 경쟁력, 타 산업 및 기술과의 융합 등으로 특정부처, 특정 비서관의 영역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청와대 내 수석급 CTO가 어쩌면 옛 정보통신부 시절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석급 CTO는 돼야 정부부처 조직 개편에 따라 구성된 청와대 비서관들을 조율할 수 있고 정부부처와 협력작업 및 조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청와대 내의 의견이기도 하다.

 수석급 CTO는 산하에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부처 행정공무원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외부전문가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바마 정부가 처음 신설한 CTO의 가장 큰 임무는 경제·국가안보·의료·교육 등 정부의 각종 현안 해결에 활용할 IT 적용 방안을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가 CTO를 도입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

  CTO는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을 컨트롤하고, 미래 비전과 맞물리는 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미래형 도시, 녹색성장 등을 위한 IT 전략, 연구개발 계획도 CTO의 몫이다. 국가 연구개발을 놓고 지경부와 교과부의 공통 로드맵 작성 및 효율화 방안, 우선 순위 등을 선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청와대는 5월에 IT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6월에 융합 IT를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하는 ‘IT2.0’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실상 이명박정부 IT 정책의 큰 그림이 나오는 셈이다. 이제 이명박정부는 비전을 던지는 단계가 아니라, 비전을 확산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이를 국가 연구개발 조정자에게 맡겨야 한다. 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