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PP들이 시련의 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고 회복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IPTV와 케이블TV 간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콘텐츠 공급을 놓고 고민까지 생겼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미디어·온미디어·MBC드라마플러스 등 국내 대표 PP들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들 업체의 1분기 수익을 잠정 집계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감소했다. 심지어 반토막이 난 업체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기업 계열이라고 다르지 않다. CJ미디어는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1분기 광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 불황 여파인 만큼 CJ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지만 이 때문에 차기 제작 등에는 큰 타격이다.
온미디어도 1분기 실적이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연말 적자 이후 졸라맨 허리띠 효과로 소폭 흑자가 예상되지만 추세적인 상승세는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C계열 MBC플러스미디어의 경우 단독 PP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1분기가 예상보다 안 좋긴 마찬가지다. 광고가 신통치 않으면서 자체 드라마 제작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최근 드라마, 에브리원 등 3개 채널의 법인을 통합했지만 시너지가 나타나긴 이르다.
이런 실적 악화는 경기 불황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치열했던 PP 간 경쟁의 여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산 드라마의 경쟁적 수입에 업체들이 환차손에 그대로 노출됐고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자체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 수익성이 급악화됐다.
더 큰 문제는 부진의 늪에서 당분간 탈출이 힘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 PP들은 IPTV와 케이블 간 줄타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케이블 SO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과 IPTV 관련 수신료 수익 협상이 모두 순조롭지 않아 눈치보기만하고 있다. 매체 플랫폼 증가로 인한 매출 상승을 누리긴 커녕 상대 쪽에 잘 못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한 PP 업계 관계자는 “남들은 콘텐츠를 가진 PP가 다매체 시대의 수혜자라고 하지만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광고 부진으로 차별화를 위한 투자가 늦어지면서 점점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