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주고받던 친구들과의 쪽지, 그 스릴과 그 설레임을 잊을 수 없다. 막상 긴급한 것도 아니면서 선생님 눈을 피해 전하는 몇 마디 메시지가 가슴을 오그라 붙게 했다. 무심한 척 넌지시 책갈피 사이로 쪽지를 펼쳐볼 때 이 세상에서 단 둘만의 소통이라서 그런지 달콤하고 짜릿했다. 결국에는 키득키득 웃다가 들통 나버리고 말았던 교실에서의 쪽지질. 요즘은 문자메시지로 대체된 듯하다. 내 딸도 아침에 일어나면 친구와 바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숙제 다했어?”부터 “버스정 류장에서 몇 분에 만나” “얼른 나와”까지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을 10여통의 문자로 소통한다.
나도 문자가 편할 때가 많다. 감정이 드러난 말보다 앞뒤 너스레를 빼고도 핵심만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전화처럼 시끄럽지 않고 편지처럼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편하다. 지하철 안에서나 버스를 기다릴 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짬짬이 안부도 묻고 업무도 지시한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열 마디 말보다 파워있게 애정 표시를 할 수도 있다. 딸에게 오는 파이팅 문자와 남편이 보내는 사과 문자는 내 삶의 활력소다.
하지만 문자메시지가 일을 크게 그르치기도 한다. “지난번 만난 삽겹살 집에서 만나”라고 보낸 문자 덕분에 서로 다른 약속장소에 가 있는 때도 있다. 상대가 생각하는 ‘지난번 삽겹살 집’과 내가 생각하는 ‘지난번 삽겹살 집’은 달랐던 것이다. 너무 앞뒤를 자르고 핵심만 전하다 보니 무례하고 생뚱맞기도 하다. 1년 동안 연락 없던 후배에게서 온 결혼 안내 문자는 괘씸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뻔하게 단체문자로 보낸 식상한 문구는 되려 안 받으니만 못하다. 상대와 내용과 관계를 고려해 사용하면 편한 문자가, 상대와 내용과 관계를 무시하면 뻔한 문자가 된다. 편하다고 뻔하게 사용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