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들은 “엄마, 산타 할아버지 e메일 주소는 뭐야? 필요한 선물을 e메일로 알려 드리면 미리 준비하기 편하실 것 같은데”라고 묻는다. 뉴욕에 한 성당의 주교는 “예수님이 지금도 살아 계시다면 아마 이분도 전자우편주소를 가지고 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고객 명함정리를 할 때 우편 주소는 생략하고 e메일 주소만 입력해둔다.
e메일은 필수불가결한 접촉수단이다. 웬만한 미팅도 대체할 수 있고 때론 프레젠테이션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보내는 사람은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고 여러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지할 수 있어서 좋다. 받는 사람도 본인이 편한 시간에 읽어볼 수 있고 내 속도에 맞춰 되짚어가며 꼼꼼히 체크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어떤 메일은 읽어도 읽어도 “뭐라는 거야”라고 할 때가 있다.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 맥을 모르겠고 앞으로 내가 무얼하라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왜 그리 어렵게 써 놓았는지 뛰어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e메일은 생각나는 대로 쓰면 안 되고 읽히고 싶은 대로 써야 한다. 바쁜 업무 현장에서 ‘암호’와 같은 e메일에 ‘연애편지’와 같은 관심과 에너지를 갖고 읽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먼저 생각하고 e메일을 작성하자. e메일을 작성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핵심인지, 상대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나는 상대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를 먼저 정한 후에 톤과 어순을 고려해 작성해야 한다. 비즈니스 e메일은 생각나는 대로 쓰는 개인편지도 아니고 딱딱하게 보고하는 공문서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즈음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는 디지로그처럼 써야 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읽히는 e메일,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e메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