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효과적인 IT컨트롤 타워를 위한 정책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자 IT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는 그 필요성 자체를 부인해 왔지만 부처별로 나뉜 IT업무를 조정할 전담관의 신설을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직후부터 IT컨트롤타워 논의가 다시 재개됐다.

　IT정책분야의 총괄·조정기능을 담당할 조직의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인정된다. 우선 지난 15년간 광대역 정보통신망의 조기 구축과 함께 IT선진국으로 급부상한 우리에게 IT는 ‘수학’처럼 공통필수과목이 됐다. 즉 IT는 모든 행위주체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적 소양이 됐기 때문에 모든 분야의 정책들이 IT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와 함께 IT산업 자체의 진흥을 담당하는 부처도 지경부, 방통위, 행안부, 문화부 4개 부처에 이르고,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고려하면 이제 거의 모든 부처가 IT산업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옛 정통부 해체 이후 IT기업들은 관련 부처들을 일일이 상대하고 각각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IT산업발전에 이를 지원해야 할 정부조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옛 정통부의 기능이 4개 부처로 분리되면서 정보통신진흥기금과 각종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 간 갈등은 산하기관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정책집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낳고 있다.

　IT정책 컨트롤타워는 미래 정보통신기반 구축, IT산업과 IT기반 융·복합산업 창출 및 경쟁력 제고, IT기반 서비스의 고도화, 디지털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 IT정책과 IT의 활용을 전제로 하는 모든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방침을 종합해 보면 IT정책 컨트롤타워는 국정기획수석실에 신설될 IT전담관(1급)에 의한 총괄조정과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따라 대통령실에 설치되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및 실무위원회에 의한 정보화정책 종합관리 등 두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외부로 나타난 모습이 어떻든 IT정책 컨트롤타워 다음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그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IT관련 예산기능이 필요하다. 예산권 없는 정책조정은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전면 개정된 국가정보화기본법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국가정보화기본계획(5년) 및 시행계획(매년)을 심의 확정하고 기획재정부에 검토의견을 제시하면 예산 당국이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위원회가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시적인 예산 조정권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의 IT관련 예산기능을 모두 이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한도 내에서의 1차적 예산조정권을 갖도록 하고 기획재정부와의 IT정책조정회의를 상설화함으로써 기획과 예산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공통필수과목의 특성상 IT정책 수행과정에서 영역갈등은 필연적이다. EA개념을 바탕으로 한 중복성 검토는 개별부처의 정보화정책 및 사업의 중복투자를 완화시킬 수 있지만 부처 간 영역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복성 검토뿐만 아니라 영역갈등을 근본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 정책조정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개별 정책과 사업들을 IT 생태계의 관점에서 검토해 부처별 고유영역 사업과 경계 영역적 사업으로 분리한 후, 경계 영역적 사업은 주무부처와 협력부처를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함으로써 갈등을 방지하고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아울러 경계 영역적 사업을 집행하는 산하기관들도 특정부처가 아니라 4개 부처 모두의 산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부처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할 것이다. ‘IT 코리아’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된 우리의 고부가가치 브랜드다. IT컨트롤타워는 IT 초선진국으로서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므로 가장 슬림한 형태로 그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행정대학원 원장 sghong@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