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대신 쓰레기` 밤하늘 수놓다

 사진/우주쓰레기가 분포한 모습. 지구 반경 2000㎞ 안에 우주쓰레기가 집중돼 있다. 그림상의 하얀 점들이 우주쓰레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정보연구소 위성관제팀 정대원 팀장 dwchung@kari.re.kr

 

 최근 우주에서 인공위성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우주 공간에서도 지상에서 자동차 충돌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리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와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주쓰레기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인공위성 및 로켓의 활동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인류의 우주 탐험에도 큰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수행하던 우주인들이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가능성 때문에 탈출선에서 대기하거나 우주왕복선의 궤도를 수정하는 등의 위험에 처했다.

 우주쓰레기 또는 우주파편이라 부르는 물체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로켓 관련 쓰레기가 특히 많다. 로켓 발사 시 폭발, 분리 폐기된 로켓단, 로켓 발사 혹은 위성체 분리 시 부스러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사체 혹은 위성체에서 떨어져나간 페인트 조각을 포함한 부품, 폐기된 위성도 마찬가지다. 궤도상의 위성체 혹은 로켓단의 폭발, 우주비행사가 우주유영 시 잃어버리는 공구들도 우주쓰레기로 남는다. 인간이 의도한 위성 폭발, 원인 모를 위성과 로켓의 폭발 및 위성 간의 충돌에 의해서도 대규모의 우주쓰레기가 생긴다.

 2007년 1월 11일 중국이 실시한 중국 ‘FY-1C’ 위성 요격으로 큰 파편이 생긴 바 있다. 2007년 2월 19일 러시아에서도 로켓 몸통이 폭발하면서 파편이 생성됐다. 2008년 2월에는 미국 첩보위성(USA-193)의 폐기 과정에서 미사일 요격으로 파편이 생겼다. 세 달 전인 2월 10일에는 러시아 코스모스 위성과 미국 이리듐 위성이 충돌하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발사된 인공위성의 총개수는 약 6500개다. 지구 궤도상에서 10㎝ 이상 파편의 수는 1만8000개로 추정된다. 1∼10㎝ 사이의 소규모 파편은 약 5만6000개로 보고 있다.

 우주쓰레기에 대한 관측은 다양한 기관, 국가에서 이뤄진다. 이 중에서 북미방공사령부(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의 관측 자료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북미방공사령부는 전 세계의 주요 지역에 있는 레이더 추적시설과 광학카메라로 이루어진 우주 감시망을 이용한다. 지구주위를 선회하는 물체의 궤도정보를 만들어내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지구선회 물체에 대한 궤도정보는 자동적으로 계산돼 2∼7일마다 새로 수집된다.

 우주 탐험을 하는 각 국가에서도 국가 단위 또는 지역 연합 단위로 우주물체를 감시한다. 가까운 일본은 일본우주방위협회가 광학우주감시시스템 등을 운용한다. 1m·0.5m급 천체망원경과 레이저 추적시설 4곳을 두고 있다.

 궤도에 따라서 파편의 속도는 다르지만 고도 685㎞ 근방에서는 대체로 초속 약 6.8㎞로 움직이게 된다. 이때 무게 100g의 물체는 다른 물체와 충돌 시 680 ㎏·m/s의 충격을 준다. 이는 인간이나 인공위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힘이다. 우주를 탐험하는 각 국가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우주파편에 대한 연구와 우주파편으로부터 인공위성이나 로켓 등을 안전하게 지키는 연구를 실시해왔다.

 파편과의 충돌 가능성이 100%일 때에는 당연히 위성을 기동해 충돌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충돌 가능성 분석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관측 자료가 불확실할 수 있으며 충돌 모델 또한 불완전해 기껏해야 충돌 확률의 형태로 결과가 나온다. 대부분 충돌 확률의 결과와 관측자료의 확실성 및 충돌 모델의 신뢰성을 총체적으로 판단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학적인 판단을 거쳐 충돌 가능성이 일정 확률 이상일 때 위성을 기동해 이를 막는다.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인만큼 국제적인 공조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제를 이슈화하고 상호 간의 정보를 교환하는 국제 협력 차원의 위원회가 여럿 있다. ‘국제 우주쓰레기 위원회(Inter-Agency Space Debris Coordination Committee)’가 대표적이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독일 등 10개국 1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UN도 팔을 걷어붙였다. 심각해지는 우주쓰레기의 처리방안과 국제적인 기준, 규제방안을 만들기 위해 UN 주관하에 ‘우주의 평화적인 활용을 위한 위원회(COPUOS:Committee On the Peaceful Use of Outer Space)’가 설립돼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도 COPUOS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FY-1C 위성 요격이나 이리듐 위성·코스모스 위성 간의 충돌은 발생 주체가 명확했다. 하지만 대개는 위성이 우주파편에 해를 입었음을 정확하게 밝히기가 어렵다. 특히 크기 10㎝ 이하의 파편에 의한 충돌을 알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크다. 우주파편과 부딪쳐 위성이 오작동을 일으켰는지, 위성 자체의 작동 불능 혹은 교신 불능인지 확인하는 것은 현재 연구 수준으로 매우 어렵다.

 현재까지 우주파편과의 충돌에 의한 피해 보상 사례는 없었다. 관련 국제법은 존재하나 이를 명확하게 규정한 국제법도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주 탐험국들은 위성 개발 및 발사 전에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위성궤도를 선정하고 발사한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규정을 두어 이의 확인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위성 개발, 로켓 개발 및 위성 운용 시에 우주파편과의 충돌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