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인터넷 사용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인육수색(人肉搜索)으로 불리는 사이버 폭력이 횡행하고 있는 중국에서 인터넷상의 정보를 삭제해주는 신종 서비스 업종이 등장,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8일 요심만보(遼瀋晩報) 보도에 따르면 정보처리 업체인 궁자화성(共佳華盛)은 최근 주력 업종을 ’사이버 삭제’로 전환해 큰돈을 벌였다.
의뢰인과 관련된 인터넷상의 부정적 정보나 뉴스를 삭제해주는 것인데 한달에 10여건의 의뢰를 받는 것이 고작이지만 1건당 1만위안(190만원)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종전의 사업에 비해 훨씬 큰 돈을 벌고 있다.
광고회사였던 바오룽런(寶龍人) 역시 올 초부터 사이버 삭제에 나서 지금까지 20여만위안(3천700만원)이라는 목돈을 챙길 수 있었다.
이 업체는 의뢰인으로부터 선불을 받기 때문에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데다 사업을 하는데 드는 비용도 거의 없어 규모를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에 의뢰하면 개인 신상 정보는 물론 언론의 보도 내용 등 포털 사이트에 떠도는 모든 정보를 삭제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사이버 삭제 서비스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와 구거(谷歌)에만 각각 10만여개와 29만여개의 관련 항목이 검색될 만큼 성행하고 있다.
정보 삭제 업종이 이처럼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악명높은 사이버 테러 때문이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특정인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인육수색이 횡행하고 있으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왕페이는 2년전 자살한 아내가 블로그에 남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인육수색의 대상이 돼 살해 위협을 받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미국 듀크대 유학생인 왕첸위안도 티베트 시위대와 친중국 시위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하다 인육수색의 제물이 돼 홍역을 치렀다.
언론 통제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는 부패 관료들의 비리 역시 한 번 인터넷에 오르면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을 만큼 인육수색의 위력은 대단하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공개돼 무차별적인 사이버 테러를 당하면서 겪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거액의 수수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판적이거나 부정적 보도, 소비자들의 고발로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을 받게 된 업체들 입장에서도 인터넷을 떠도는 정보를 삭제해주기만 한다면 1만위안의 수수료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액수다.
정보 삭제 업체들은 인맥을 동원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관리자들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정공법을 기본으로 하지만 덮어씌우기와 해커 등의 방법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정보 삭제 업체들에도 나름대로의 ’금도’와 원칙이 있다.
불량 네티즌들의 비방 글은 돈만 주면 즉시 삭제해주지만 언론 보도는 비평이나 폭로성 기사만 삭제하고 정부와 관련된 내용은 액수가 얼마든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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