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톱 체제 100일] (상)`빠르고 강한 조직` 위기속 최선의 선택

[삼성전자 투톱 체제 100일] (상)`빠르고 강한 조직` 위기속 최선의 선택

  삼성전자가 ‘강하고 스피디(Strong & Speedy)’한 조직 개편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1월 말 부품(DS)과 세트(DMC) 양대 부문 재편과 경영지원 총괄 폐지를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은 삼성전자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대수술이었다. 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안팎의 우려도 많았지만 삼성은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단기 성과는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직 개편보다는 환율과 경비절감 등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조직개편 이후 100일 동안의 바뀐 삼성전자 현주소를 짚어 보고 미래 ‘삼성전자호(號)’를 위한 과제와 전망 등을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회의와 보고의 연속이었습니다. 삼성이 일 많기로 유명하지만 1년 동안 이렇게 업무로 스트레스 받기는 처음입니다.”

“본사에서 내려온 직원들이 사실 처음에는 새로운 업무로 다소 거부감이 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응 기간을 거친 지금은 오히려 만족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현장을 중심으로 인력이 보강되고 조직이 젊어지면서 확실히 변했다는 느낌입니다. 총괄 체제 당시 보였던 불필요한 경쟁도 많이 사라지고 사업부 간 시너지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으로 안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죠.”

삼성전자의 가장 현장에 있는 과장, 중간 관리자인 부장 그리고 사업부를 이끄는 임원은 조직개편 후 100일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직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여기에는 물론 ‘분기 적자’를 낼 정도로 삼성전자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배경도 깔려 있다. 실제로 삼성 입장에서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양대 사업부를 총괄하는 ‘투톱’ 체제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99년 사업부별 책임경영 체제, 2001년 5개 총괄 체제 개편 이후 가장 파격적인 개편이었다고 실토하고 있다.

지원 조직 1200명을 현장으로 내려 보내고 총괄에서 다시 사업부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바꾼 건 역시 ‘조직문화’다. 시스템 중심의 ‘관리조직’에서 업무 중심의 ‘현장조직’으로 변했다. 보다 현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협업 문화도 정착됐다. 사실 조직개편 전에는 사업부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했다. 오히려 실적을 위해 이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개 부문으로 나뉘면서 사업부끼리 협업 체제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와이맥스와 고속 패킷 접(HSPA)을 접목한 ‘넷북’을 개발하고, 휴대폰·컴퓨터·MP3플레이어 등 마케팅 사이트를 통합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또 MP3P용 음장 기술(DNSe)을 휴대폰과 TV 등에 접목시키는 등 보다 우수한 제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의사결정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경영지원 총괄에서 관장하던 기획·지원·재경·인사와 같은 업무가 상당 부분 사업부에 배치되면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해외 지원·경영 혁신을 맡았던 담당 임원이 사업부 구매·기획·지원팀 등으로 전면 배치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1분기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인 마케팅 비용 축소도 현장에서 이뤄낸 성과다.

전체 임원 중 3분의 2 이상의 보직이 바꾼 것도 조직에 역동성과 긴장감을 주었다. 신종균 무선사업부장, 최창수 북미총괄, 신상흥 구주총괄(부사장), 남성우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 변정우 스토리지 사업부장, 박재순 한국총괄(전무) 등이 일선에 섰다. 신종균 부사장은 물량 확대와 함께 개발에도 중심을 잡는 역할로 올 1분기 삼성 휴대폰 사상 최대 점유율을 이끌었다. 한국총괄·컴퓨터사업부 등 사업부장이 바뀐 사업부는 그만큼 조직에 긴장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교체 효과는 1분기에 가시화됐고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