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인텔 제치고 美IT 2위 차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미국 정보기술(IT)의 본산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 매출 순위 등에서 급격한 판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을 제치고 실리콘밸리 IT 기업 순위 2위에 올라섰고 2007년 10대 기업에 속했던 기업 2곳이 지난해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0일 코트라 실리콘밸리센터가 공개한 ‘실리콘밸리 IT 150대 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휴렛패커드(HP)는 지난해 넷북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1천186억달러로 전년 대비 10% 가량 성장하면서 전년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 IT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2007년 2위였던 인텔은 지난해 매출 규모 375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2% 가량 감소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5% 가량 늘어난 시스코시스템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미국 애플과 오라클, 구글 등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기업별로 12~31% 가량 늘어나면서 실리콘밸리 IT 기업 순위 4~6위를 차지했고 오라클이 인수키로 한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매출이 전년 대비 5% 가량 낮아져 7위를 기록했다.

2007년 실리콘밸리 IT 10대 기업에 들었던 전자 장비제조 업체인 샌미나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등은 반도체 경기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와 IT공급 체인 서비스기업인 시넥스가 지난해 실리콘밸리 IT 10대 기업군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각각 9위와 10위에 랭크됐다.

인텔이 지난해 순위가 낮아지고 반도체 등의 주력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등 2곳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반도체 사업의 실적 악화와 극심한 침체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 IT 150대 기업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 4천740억달러로 전년 대비 5% 가량 늘어났고 이는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주력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반도체 분야의 매출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면서 150대 기업 매출에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순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바이오메디컬과 인터넷만이 순익 증가를 보였을 뿐 소프트웨어와 저장, 반도체 분야 등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150대 기업의 시가 총액은 2002년 이후 최대 폭인 전체 평균 32% 가량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