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에 벤처기업이 개발한 첨단 IT 장비가 제구실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임무수행에 들어간 문무대왕함은 북한 상선을 비롯한 각국 선박에 접근하는 해적선을 세 번이나 쫓아냈다. 이 작전은 기존 한국 해군의 작전교리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동안 해군함대의 가시권을 벗어난 작전 상황은 모두 음성 통화로 보고했기 때문에 현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문무대왕함은 수십㎞ 떨어진 해역에서 특수전 헬기가 전송한 고선명 작전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함장은 모니터에 비친 해적선의 동향을 관찰하면서 직접 헬기에 지시를 내렸다. 유비쿼터스 해상작전을 벌인 셈이다. 아이디폰이라는 벤처기업이 지난해 말 해군에 납품한 휴대형 영상중계장치를 이용해서다.
이 영상중계장치는 병사가 휴대하기 편하게 작고 가볍다. 초당 30프레임으로 D1급(720×480) 동영상을 반경 10㎞ 이내에 전송한다. 헬기처럼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동영상의 전송 거리는 더욱 길어진다. 주파수 암호화 기능을 탑재, 적군이 전파를 탐지해도 쉽게 해독하지 못한다. 바닷물에 젖어도 끄떡없는 방수구조와 충격에 강한 설계는 기본이다.
아이디폰은 3년 전 군사용 휴대형 영상중계장치를 개발했고 이번 소말리아 작전에서 기술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회사 측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저격수의 스코프 화면을 실시간 전송하는 사격통제시스템까지 개발해 하반기 해군에 납품할 예정이다.
엄현덕 아이디폰 사장은 “소말리아 해적 퇴치작전을 보면 강력한 무기체계보다 첨단 영상매체의 위력이 더 크다. 앞으로 국방, 보안 분야에서 휴대형 영상중계장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