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톱 체제 100일] (중) 적자 뒤집은 `현장경영`의 힘

 부품과 세트를 총괄하는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좀처럼 수원과 기흥사업장을 비우지 않는다. 대외적인 본사는 서울 서초동이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수원과 기흥에서 이뤄진다. 주로 지원 조직이 포진해 있는 본사 임원은 거의 일주일에 두 세번을 수원과 기흥행 버스에 오른다. ‘투톱 체제’ 이후에 바뀐 업무 풍속도다. 삼성이 조직 개편 당시 이야기했듯이 ‘현장경영’을 강화한 결과다.

 삼성전자 투톱 체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현장’이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고 경영지원 총괄을 공중분해해 현장으로 인력을 보낸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현장경영을 한꺼풀 들춰보면 결국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영업·생산·마케팅과 같이 단번에 실적을 낼 수 있는 조직 중심으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결국 성과를 목표로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100일 동안 조직을 닦고 조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입증해 주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모든 증권가에서는 적자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이를 뒤집었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 분기 영업손실 7400억원에서 3개월 만에 4700억원 영업 흑자를 실현했다.

 그러나 이를 두 개 부문으로 나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로 ‘쏠림 현상’ 때문이다. 조직 개편 이전, 총괄 당시의 건전한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두 부문 모두 속도와 효율성을 기반으로 성과 위주의 경영에 나섰지만 반도체·LCD 등 부품쪽은 9800억원의 손실을 냈다. 반면에 세트는 1조5000억원의 흑자를 실현했다. 좀 과장하면 세트에서 번 돈을 부품에서 까먹은 셈이다. 물론 부품은 계절적 비수기와 경기 침체에 따른 가격 경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 오히려 주요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실제로 경쟁업체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점유율을 더 벌려 놔 경기 불황에도 반도체·LCD 부문에서 삼성 입지를 더욱 높여 놓았다.

 이를 감안해도 두 부문 격차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다. 휴대폰의 경우 분기별 최대 점유율인 19%를 기록함과 동시에 영업이익률에서도 12%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정보통신 부문 매출은 5500억원 줄었지만 영업흑자는 1조원 가까이 늘었다. 불과 2, 3년 전 반도체·LCD가 삼성을 먹여 살리는 시절에 비교하면 가히 격세지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 전체 부품 구매액의 절반 가량이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라며 “이 구도로 간다면 같은 삼성전자 식구지만, 내부적으로 부품쪽이 세트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힘의 역학 관계가 세트 중심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직 개편 이전 총괄별 사업부 체제에서는 건전한 경쟁 관계였지만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투톱 체제에서는 세트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투톱이라는 형식을 빌어 양대 부문의 ‘균형 성장’을 목표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안팎에서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양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