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불꺼지나…

 잘 나가던 태양광 사업이 암초에 부닥쳤다. 경기침체와 유가안정, 정부의 지원 축소 등으로 시장공급이 주춤해진 데다 그간 대체 에너지 등 그린테크 산업에 뒷돈을 댄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전세계 태양전지 수요가 최소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수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태양광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콜린스스튜어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이 구매한 태양전지 규모는 6000메가와트(㎿)로, 전년대비 85% 성장했지만 올해는 5575㎿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수요 대비 공급이 늘면서 지난해 3.95달러였던 와트당 태양전지 판매 가격도 올해 2달러 수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업체, 수익성 악화=태양광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던 정부도 등을 돌리고 있다. 세계 2위 태양광 발전국인 스페인 정부는 올해 500㎿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예산을 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2400㎿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이 같은 시장상황의 변화는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태양광 업체 선파워의 1분기 판매량은 22% 감소했다. 올해 매출 목표도 17% 낮췄다. 대만 모테크인더스트리즈의 매출 역시 15% 줄어 2003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요 태양전지 제조업체들은 신규공장 설립을 미루거나 제품가를 낮추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댄 레이스 콜린스스튜어트 애널리스트는 “태양광 시장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트리나솔라 등 중국 태양전지 제조업체들이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IT접목 에너지효율화 솔루션 주목=태양광·녹조류·식물 등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던 실리콘밸리 VC들의 투자전략도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체 에너지 투자에서 빠져나온 VC들이 IT를 접목,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솔루션에 주목하며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자금회수까지 수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대체 에너지 사업의 투자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03년 파운데이션캐피털은 피투자 업체인 실버스프링네트웍스(SSN)의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모든 VC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SSN은 디지털 그리드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전력을 관리할 수 있는 전자미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파운데이션캐피털의 아담 그로서는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SSN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유명VC인 클라이너퍼킨스커필드&바이어스와 구글벤처 펀드 등에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파운데이션캐피털은 이어 태양전력을 각 가정에 파는 선런(SunRun), 빌딩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에너NOC 등에도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과정을 거치면서 수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거나 정부지원, 고유가 등의 조건이 필수적인 그린테크 분야 신생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룰도 세웠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1000개에 달하는 그린테크 신생 업체들을 만났지만 이 가운데 투자받은 업체는 9개, 투자규모도 전체 투자 조성액의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실리콘밸리VC, 대체에너지 투자 외면=구글·야후 등에 투자하며 명성을 얻은 세쿼이아캐피털도 그린테크의 투자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관련 분야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 감소를 위한 센서 제조업체 시냅센스 등에 투자했다. 그린테크 시장 초기부터 투자에 나선 MDV 역시 박막 태양셀을 생산하는 업체에 투자한 뒤 5억달러의 추가펀딩에 성공했고 친환경 차량 설계 업체 고든 머레이 디자인에도 투자했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테크에 투입된 VC투자액 중 약 절반이 대체 에너지 업체를 향했지만 올 1분기에는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경·이정환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