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터너(Page turner)’는 피아니스트의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연주일수록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화려한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해서도 안 된다. 연주자를 건드려서도 안 되고,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언제나 연주자 다음에 무대에 올라야 하고, 연주가 끝난 후 우렁찬 박수갈채가 쏟아질 때도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세컨드 바이올린이 음에 화음을 입혀주는 것처럼, 페이지 터너가 악보를 넘겨주는 것처럼 팔로어는 티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하다. 음악가 호로비츠는 ‘악보를 넘기는 페이지 터너가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과 리더에게 헌신할 줄 아는 팔로어, 리더와 한 방향으로 정렬해 믿고 보좌하는 팔로어가 필요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는 비판적 사고 못지않게 믿고 따라주는 수렴적 사고가 필요하다.
팔로어는 부하가 아니라 파트너다. 부하는 상급자에게 초점을 맞추지만 파트너는 조직전체와 일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추종자나 견제자가 아니라 동반자이자 조력자다. 무조건 복종하는 예스맨도 아니고 언제든지 제치고 올라갈 2인자도 아니다. 바람직한 팔로어는 리더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리더의 부족한 점을 메워준다.
좋은 팔로어는 리더를 보좌하기 전에 스스로 제대로 선다. 자격지심이나 경쟁심만으로는 좋은 팔로어가 되기 어렵다. 누구와 비교하는 외면적 잣대가 아니라 내면의 성취동기를 갖고 리더와 신뢰 속에 팀을 위해 헌신할 때, 팔로어십은 열매가 열린다. 빨리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팔로어로 숙성하며 리더십을 고찰하자. 짧은 기간에 거저 먹는 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까칠한 상사를 맞추면서 완벽한 일처리를 배우는 것이 돌아가는 길인 것 같지만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