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3부-2) 일본

[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3부-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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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콘텐츠 왕국이다. ‘재패니메이션’과 ‘망가’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이미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닌텐도와 소니로 대표되는 콘솔 게임기 업체뿐 아니라 세가·고나미·남코 등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게임 업체가 모두 일본 기업이다.

 최근 일본은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흐름이 불고 있다. 오락성뿐 아니라 정보나 가족 간의 화합 등 다양한 순기능을 접목한 기능성게임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온라인게임을 교육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닌텐도 성공으로 기능성게임 붐=일본에서 기능성 게임 붐을 가져온 주역은 단연 닌텐도다. 닌텐도가 천문학적 매출과 이익을 내면서 기능성게임에 대한 가치뿐 아니라 그 시장성까지 인정받기 시작했다.

 닌텐도가 이달 7일 발표한 지난해(2008년 4∼2009년 3월) 실적은 매출 1조8386억엔(약 23조5800억원), 영업이익 5552억엔(약 7조1200억원), 순이익 2790억엔(약 3조5780억원)이다. 매출과 이익 모든 면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닌텐도라는 기업 하나가 국내 게임 시장 전체 규모의 세 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닌텐도의 힘은 바로 게임을 가족 전체가 즐길 수 있는 도구로 만든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경쟁사들이 마니아가 더 열광할 수 있도록 그래픽과 사운드 등 외형적 발전에 힘을 기울일 때 닌텐도는 더 많은 사람이 재미를 느끼는 게임 개발에 주력했다.

 게임 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인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개발본부장은 “닌텐도 경쟁력의 원천은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 원칙”이라며 “경쟁 업체든 회사 내 경쟁자든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게임보다 고객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닌텐도DS와 위(Wii)다.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닌텐도는 기능성게임을 상업적 성공으로 거둔 주역이다. 닌텐도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능성게임을 직접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하고 있다. 또 ‘실전 DS 영어삼매경’ 등의 인기 타이틀부터 자동차 운전교육용 시뮬레이션 게임과 어린이 사고 예방 학습 게임들을 내놓고 있다.

 ◇다양한 기능성게임 조직이 활동=일본 기능성게임의 힘은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다. 일본에서 기능성게임 커뮤니티로 유명한 ‘시리어스게임 재팬’은 미국의 ‘시리어스게임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만든 일종의 분회다. 공공정책, 건강 게임, 게임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게임이나 게임기술과 그 활용을 목표로 한 커뮤니티다.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도 기능성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협회는 ‘시리어스 게임(게임을 활용한 교육용 툴)의 현상조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기능성게임을 ‘사회에 도움에 되는 게임’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방, 의료, 공공기관을 비롯해 인재양성, 환경문제,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온 시리어스게임의 조사·분석 결과와 세계 각국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능성게임이 새로운 분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직업 선택을 지원하는 웹기반 게임인 ‘라이프 시뮬레이션 인생극장’이나 재무장관이 돼 정부 예산편성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예산편성게임’ 등이 그 사례다. 국제 긴급 원조 난민을 구하는 ‘국제긴급원조대 의료팀 파견 시뮬레이션 게임’과 ‘주식 매매 시뮬레이션 게임’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기능성 게임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일본 기능성게임의 성공은 게임 본연의 가치인 ‘재미’ 요소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 기능성게임은 게임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갖도록 만들어졌다”며 “게임의 핵심인 대중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일본 기능성게임의 특징은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