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가 최근 소비자(B2C) 시장에 진출했다. DVD플레이어·PC 등에 주로 탑재되는 광디스크드라이브(ODD)에 ‘삼성’ 브랜드를 접목해 일반 소비자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에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분야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크게 작용했다. 외장형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은 B2C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장형 하드디스크 제품을 출시한 스토리지사업부는 삼성전자 두 개 사업부문 가운데 이윤우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부품 ‘DS’ 소속이다. 부품부문 주력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B2B)이다. 사업 성격으로는 DS쪽이 합당하겠지만 노하우와 유통망 등 사업 환경을 고려하면 세트 ‘DMC’에서 맡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두부 자르듯 두 개 사업부문으로 나눈 투톱 체제의 과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철저한 사업부 중심 ‘투톱 체제’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여 주었다. 비록 100일 동안이었지만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에 성공했다. 사업 성과와 조직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각 사업부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비상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투톱 체제로 전환은 시의적절했고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조직을 단순화하면서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남은 과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부문 시너지다. 부품과 세트 모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부품과 세트부문은 겉에서 보면 사업 성격에서 시장까지 명확하게 갈린다. 겨냥하는 고객과 시장이 확연하게 구분돼 투톱 체제를 서슴없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부른다. 삼성전자 자체에서도 회사는 같지만 전혀 독립돼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세트와 부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한몸’과 같다. 세트와 부품부문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삼성전자가 가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앞에서 전제한 외장형 하드사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세트부문도 경쟁력을 위해서는 부품 경쟁력이 전제돼야 한다. 삼성전자가 가진 강점은 세트에서 부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군을 통한 시너지다. 인텔·소니 등 글로벌기업이 전문화를 기치로 ‘선택과 집중’에 나설 때 삼성은 오히려 부품에서 세트까지 전부를 포괄하며 수직계열화를 추구했다.
이런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다. 일본업체에 비해 부족한 기술력, 미국업체에 비해 뒤처지는 브랜드와 마케팅 능력을 다양한 사업군을 앞세운 과감한 투자로 보완했다. 샤프보다 20년 넘게 LCD 분야에 뒤처졌지만 8세대에서 10세대까지 먼저 투자해 결국 샤프를 따돌렸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메모리도 마찬가지였다. 부품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세트부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투톱 체제는 양대 부문간 시너지를 어떻게 창출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중·장기적 조직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조직을 위한 경쟁력이 아니라 삼성의 진짜 경쟁력을 위한 조직 모델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톱 체제’를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보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양종석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