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유럽연합(EU) 공정거래 정책 당국인 집행위원회가 세계 최대 컴퓨터칩 메이커인 인텔에 사상 최고액인 10억6천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집행위는 13일 열린 정례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이러한 규모의 벌금 부과액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10억6천만유로는 이 회사의 작년 매출액 대비 약 4%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행위는 인텔이 벌금 지급을 공식 통보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전액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행위의 결정에 인텔은 “컴퓨터칩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유럽 1심재판소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항소 여부와 관계 없이 인텔은 정해진 시한에 맞춰 벌금을 납부해야 하며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는 EU 집행위도 인텔이 납부한 벌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인텔에 부과된 벌금은 지난 200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체제(OS) ’윈도’에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끼워팔아 시장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에 피해를 준다면서 집행위가 부과했던 4억9천700만유로의 2배가 넘는 액수다. 또 작년 담합 혐의로 자동차유리 생산업체들이 ’철퇴’를 맞았을 당시 생-고뱅(프랑스)에 부과됐던 8억9천600만유로보다도 2억유로 남짓 큰 액수로 EU 집행위가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부과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집행위는 인텔이 AMD 등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사 컴퓨터칩을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들에 수년간 리베이트를 지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또 AMD 등 경쟁업체 제품을 사용하려는 PC 제조업체들에 금품을 제공하면서 경쟁업체 컴퓨터칩이 탑재된 PC 출시를 중단하거나 연기할 것을 종용했으며 불공정거래 조사 당시 증거를 은닉한 혐의도 받았다.
넬리 크뢰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인텔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아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고 결과적으로 관련 산업의 혁신을 방해했으며 소비자에 피해를 안겼다”라고 말했다.
크뢰스 집행위원은 “인텔이 5년 넘게 이처럼 부당한 행위를 해온 점에 비추어 볼 때 벌금액은 놀라운 게 아니다”라며 “인텔이 최근 광고에서 ’미래의 후원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내가 인텔의 미래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법을 준수하라!’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EU 집행위에 앞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작년 6월 인텔이 자사제품 사용을 강요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인텔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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