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재료 업체들이 수입을 국산으로 점차 대체하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서는 여전히 미국·일본에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반도체 산업의 업력을 단시일 내에 따라잡기 힘들지만 국내 재료업체는 각 분야에서 반도체 기업과 협력, 고부가 제품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첨단 공정에 적합한 고부가 반도체 재료의 내재화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블랭크마스크가 대표 사례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전 공정 핵심재료인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로 패턴이 노광되기 전의 마스크다. 석영유리기판 위에 금속박막 필름이 증착되고 그 위에 감광액이 도포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블랭크마스크의 국산화 비율은 지난해 4.9%에 불과했다. 일본 호야·신에쓰 등이 국내 시장을 거의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에스엔에스텍이 최근 차세대 블랭크마스크인 ‘하드마스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45나노 이하 회로 패턴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이달 시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호야·신에쓰 등 일본 선두 블랭크마스크 업체 대비 한발 앞서 하드마스크의 물질 구조 특허를 출원, 세계 블랭크 마스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부가 제품의 CMP 슬러리 상용화 노력도 활발하다. 케이씨텍 등 기업은 옥사이드 재질의 CMP 슬러리가 아닌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세리아 재질의 CMP 슬러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동진쎄미켐 역시 텅스텐·세리아 CMP 슬러리를 개발,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미국 캐봇·일본 히타치 등 선진 기업에 도전장을 냈다.
40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을 사용하는 ArF급 포트레지스트 개발도 한창이다. 동진쎄미켐은 주력 제품군을 60나노 공정에서 40나노 이하 공정의 ArF급 포토레지스트로 3분기에 전환하기로 했으며 연말에는 20나노급 포토레지스트도 개발을 완료, 스미토모·TOK 등 일본 기업과 본격 경쟁한다.
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은 “반도체 재료 분야에서 국산화가 많이 진전되고 있다”며 “하지만 특수가스·케미컬 등 일부 품목은 기술력이 여전히 부족, 반도체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반도체 기업의 지원과 함께 재료 업체의 고부가 제품 개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