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품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하는 큰 힘이 있다.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고향을 떠나 먼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낯설고 힘든 객지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언제라도 전화해서 목소리를 들으며 하소연할 수 있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연휴에도 오랜만에 만난 친정식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시간이 흐를수록 머릿속에 떠오른 이들이 있었다. 지난 두 해 동안 자원봉사를 하며 만났던 외국인 아내가 바로 그들이다. 외국인복지센터에서 내게 컴퓨터를 배우던 그들은 한국에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는 결혼 이민자들이었다. 인터넷 지도검색서비스로 그들 나라의 마을도 찾아보고 노래도 검색해서 들려줬다.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고향을 그리워하며 향수에 젖었던 그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인도네시아 출신 안드레는 한국으로 시집 와 두 아이를 낳고 여느 한국 엄마들처럼 자녀교육에 적극적이었다. 컴퓨터, 요리, 한글 등 무엇이든 열심히 배웠다. 맹렬 여성이었던 그녀는 아이들을 다문화 인재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임신 중이었던 캄보디아 신부 홍엥롱은 한국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센터를 찾았던 그들은 IT가 발달한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생활정보를 찾으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반면에 안타까운 사연들도 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한국문화를 배우던 그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보게 된다. 바람직하지 못한 직업을 선택하거나 남편과 헤어져서 고국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왔다.
2009년 현재 결혼 이민자가 15만명을 넘었고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 해마다 증가하는 결혼 이민자를 위해 전국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나 외국인복지센터에서는 이들을 위한 무료 한글교육과 무료 건강검진,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T에서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결혼 이민자에게 무료 IT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정보에 약한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은아 KT 국제전화국 과장 elysium2@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