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완전 IP교환기 개발

 삼성전자가 완전 IP교환기(All IP-PBX)를 개발, 국내 교환기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아날로그 교환기에 IP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하이브리드 교환기만 공급했다. 완전 IP교환기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선건 최근이다. 삼성전자가 순수 IP교환기로 국내 교환기 시장을 주도했던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IP 시장 출사표’=삼성전자가 완전 IP교환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 자체가 통신장비업계의 시선을 모을 만하다.

 최근 시장이 급격히 IP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되기는 했지만 아날로그 교환기 시장을 지배했던 기억과 여전히 존재감이 큰 영업력은 경쟁사에게 큰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IP가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도 하이브리드 교환기만으로도 중소기업과 공공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완전 IP교환기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아직까지도 삼성전자를 각종 입찰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경쟁자로 꼽고 있다.

 하지만 대세가 IP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삼성전자의 위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던 추세다. 삼성전자도 IP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던 흐름이다.

 ◇IP는 꾸준한 투자의 성과(?)=최근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됐지만 삼성전자의 IP 부문 개발은 2000년 초부터 진행됐다. 미국 시스코시스템스를 모델로 IP 기반의 통신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시작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 미국에 2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주축으로 한 별도팀을 구성, 핵심기술 확보와 제품 개발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시스코 본사 부사장(GM) 출신의 유영수 고문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번 완전 IP교환기 개발은 몇 년간 진행됐던 대형 프로젝트의 성과 중 일부로 분석된다. 이 같은 노력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해 중순 KT가 진행했던 고객용 구내교환기 공급업체 선정 시험평가(BMT)에서다.

 삼성전자는 이 BMT에서 일부 장비가 시험을 통과했지만 공급업체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당시 평가에는 시스코·노텔·제너시스템즈·아크로메이트·네이블컴 등이 참가했으며 최종 공급업체로는 용량별로 아크로메이트·제너시스템즈·네이블컴 등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선정됐었다.

 ◇성공 가능성 ‘신중론’ vs ‘시작이 반’=업계는 삼성전자의 성공 가능성에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시장 진입의 타이밍 때문이다.

 영업력 등은 인정하지만 시스코·제너시스템즈·아크로메이트 등 쟁쟁한 경쟁자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또 삼성전자의 IP 기술 수준도 아직 미지수다.

 첫 공급 사례로 알려진 제주도청의 경우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반영됐다. 제주도청은 이전에 도입했던 시스코의 IP교환기와 168대의 인터넷전화(VoIP) 단말기를 삼성전자의 제품으로 교체했다.

 기존 시스코 교환기와 다른 회사 전화기를 혼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문제를 공략, 기존 시스코 교환기와 그동안 사용하던 전화기 168대를 교체하는 조건으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제주도청 1·2청사 구축사업 수주까지는 실패했다. 이 계약은 LG-노텔이 수주했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완전 IP교환기 공급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단계라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