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가전 유통 왕좌 넘본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가전 및 정보기술(IT) 제품 분야에서도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구체화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가 금주부터 미국내 3500여개 매장에서 가전 상품 판매를 대폭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파산한 2위 업체 서킷시티의 연간 110억 달러 규모 매출을 흡수하면서 가전 유통 부문 1위 베스트바이를 제치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불황기에 파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를 유혹해온 월마트는 가전 시장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적극 부각시킬 예정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주력해온 저렴한 로엔드 가전 제품 대신 고급 브랜드와 하이엔드 제품을 경쟁사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방침이어서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월마트는 보급형 TV와 DVD플레이어 대신 최근 소니·삼성전자 등의 고급 평판TV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닌텐도나 애플 등 인기있는 브랜드의 별도 섹션도 신설했다.

 휴대폰도 스마트폰처럼 하이엔드급 제품 수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월마트 임원에 따르면 애플 3G 아이폰과 림(RIM)의 블랙베리에 이어 기대작임 ‘팜 프리’도 곧 판매할 예정이다. ‘팜 프리’는 당초 베스트바이에만 독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할인점 이미지를 기피해온 소비자 가전 제조업체들도 월마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속속 손을 내밀고 있다.

 델은 6월부터 월마트에 신제품 ‘스튜디오원19’ 터치스크린 PC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막강한 유통망과 가격, 하이엔드 상품으로 승부수를 던질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베스트바이는 소비자 가전 유통 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이후 월마트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월마트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가전 유통 시장에서 한층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대만 에이서 넷북은 월마트닷컴에서 328달러에 팔린다. 아마존닷컴 판매가격인 329.99달러보다도 싸다.

 MSI의 10인치 넷북은 베스트바이닷컴에서 309.99달러인데 비해 월마트닷컴에서는 298달러다.

 모건스탠리의 그레고리 멜리치 애널리스트는 “서킷시티 파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베스트바이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1분기 실적과 최근 분위기로 볼 때 월마트와 아마존이 서킷시티 고객을 대거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폴 라이더 아마존 부사장은 “월마트가 지속적으로 판매 품목을 늘린 결과 역대 어떤 유통 체인보다 다양하고 싼 가전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