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비용 해법 `눈앞캄캄`

방통위 융자 제안에도 방송사 미온적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3사에 디지털전환비용 융자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이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여전히 가전사의 부담만을 고수하고 있어 방통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21일 열리는 디지털방송활성화 추진 2차 실무위원회에 앞서 지난 14일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실무진과의 면담 자리에서 방송국에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전환 비용을 융자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리는 일반 공공자금 융자금리보다 0.5%P 낮은 수준으로, 방통위는 이를 위해 내년 한 해 460억원 정도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내년 460억원을 시작으로 디지털전환 종료 시점까지 융자 형태의 지원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 같은 계획을 놓고 방송사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결국 이 돈은 나중에 상환할 수밖에 없어 방송국 비용으로 고스란히 남을 것”이라며 “특히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이 금액으론 부족하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방송사에 융자안을 제안한 실무진 면담 당시에도 방송사 측은 ‘지원이 아닌 융자는 결국 비용’이라는 이유로 대체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재원 마련에 ‘가전사 역할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사 역할론이란 디지털TV 판매회사에 전환 비용을 일부 부담시키는 것으로, 지상파방송사와 야당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전사를 비롯한 정부 여당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시민단체들도 결국 가전사가 전환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제품 가격에 반영돼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가전사 역할론에 반발하는 등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가전 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선 방송국이 자체 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돈이 없다면 정부가 제안한 융자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가전사에 전환 자금을 전가한 사례는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21일 개최되는 디지털방송활성화 추진 2차 실무위원회에선 ‘전환 비용’ 문제가 집중 논의되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무위원회는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이 위원장으로 방송사·가전 업체 등에서 2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2차 회의에서 ‘디지털 전환 기본 계획’을 마무리하게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달 내 디지털방송활성화 추진위원회도 가져 6월 중순에는 기본 계획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며 “다음달 미국의 디지털 방송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어서 우리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규호·한정훈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