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포스.’ 기능성 게임, 그중에서도 유럽의 기능성 게임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후원하고, 영국과 이탈리아 업체가 공동 개발했다. 지난 2005년 4월 영어판이 공개된 후 6주 동안 세계 40개국에서 1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후 일본어·이탈리아어·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 등을 지원하는 다국어판이 공개됐고,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고 있다.
푸드포스의 성공으로 유럽에서는 공공기관들이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게임업체보다 기관이나 대학 등이 먼저 나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면서 유럽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확대되는 기능성 게임 시장=푸드포스의 성공에 힘입어 공공의 성격을 지닌 기관들이 기능성 게임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엔국제방재전략(UN/ISDR)은 어린이용 방재교육게임 ‘재앙을 멈춰라(Stop Disasters!)’를 개발했고, 영국 브리티시카운실과 중국 유리니버차이나는 중국인의 영어학습과 영국 문화 이해를 위해 ‘잉글리시 택시’를 개발했다. 잉글리시 택시는 플레이어가 런던의 택시기사가 돼서 승객을 대하며 영어와 영국 문화를 학습하는 내용이다. 덴마크의 인터랙티브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글로벌 분쟁:팔레스타인’을 개발하는 등 유럽 각국이 기능성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의 성격으로 시작된 유럽 기능성 게임 시장은 갈수록 확대돼 이제는 재미와 운동효과를 주는 게임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의 예로 프랑스 유비소프트는 세계 최대 피트니스 클럽 체인인 ‘골드짐’과 제휴하고, 지난 3월 말 닌텐도 위용 다이어트 게임 ‘골드짐:유산소 운동(Gold’s Gym:Cardio Workout)’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양사가 각자의 유통망을 활용해 공동마케팅을 전개하는 것도 특징이다. 게임 패키지 안에 골드짐 1주일 무료 이용권을 주고, 골드짐에서는 게임의 데모 플레이와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군사용 기능성 게임 강국 ‘영국’=공공의 성격과 함께 기능성 게임에서 주목받는 용도가 군사용이다. 특히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용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나라 중 하나다.
영국 국방부는 ‘인터랙티브 트라우마 트레이너’라는 게임을 이용해 군인들에게 부상 시 대처법을 교육하고 있다. 이 게임은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부상을 종류별로 정리하고, 적당한 의료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게임으로 보여준다.
영국 국방부가 만든 게임 중 ‘토네이도 F3 트레이너’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인 토네이도 F3의 정비를 배울 수 있다. 이용자가 센서가 달린 장갑을 끼고 정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게임이 적절한지를 판단해 숙련도를 높이도록 도와준다. 이 밖에 사격술 기능성 게임인 ‘미니건 트레이너’도 영국 국방부가 만든 군사용 기능성 게임으로 유명하다.
◇지역이 중심이 된 유럽식 개발=기능성 게임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유럽 개발자와 연구자 사이에서 기능성 게임을 향한 관심은 미국과 아시아 지역 못지않게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기능성 게임 관련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시리어스 게임 서밋’과 유사한 행사를 유럽도 만들었다. 유럽은 지난 2005년부터 프랑스 리옹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시리어스 게임 세션스 유럽(SGS Europe)’을 기반으로 해 각국의 기능성 게임 개발과 연구동향을 교류하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리옹은 자연스럽게 기능성 게임의 주요 거점으로 발전했다. 리옹에서는 지역개발공사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클러스터화를 진행하면서 기능성 게임 산업 진흥도 추진되고 있다.
또 영국은 잉글랜드 중부의 웨스트미들랜즈주 개발공사가 산업진흥 시책의 하나로 기능성 게임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웨스트미들랜즈주에 자리한 게임회사, 대학, 연구소들이 연계돼 영국 내 기능성 게임 중심지로 성장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유럽에서는 지역개발공사 지원으로 기능성 게임 육성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개발공사는 복수의 연구기관과 게임회사를 지원함으로서 컨소시엄 형태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