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UCC를 직접 제작하고, 자신이 만든 영화와 음악을 편집한다. 영화제작소나 녹음실에 가야 할까? 그럴 필요 없다. 도서관에서 이 모든 걸 해결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 전시실. 조선후기 화가 이명기(李命基.1756~?)의 ’송하독서도’(松下讀書圖)가 벽면에 걸려 있다. 그림 속 닭을 손으로 건드리자 마치 되살아난 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이를 쫀다. 소나무는 손가락을 따라 상하로 움직이고, 초가지붕 위의 새도 호를 그리다 비상한다. 물론 실물은 아니다.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46인치 LCD모니터 안에 들어간 가공의 ’송하독서도’다. LCD 화면 속에 담긴 ’홍길동전’도 터치스크린 기능을 통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일종의 ’전자북’인 셈이다.
오는 25일 오후 3시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이 개관한다. 서고와 사무동을 포함해 모두 8층 규모(3만8천14㎡)인 이곳에서는 약 1억1천600만 건의 디지털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디지털도서관은 전시실 외에도 미디어센터, 디지털열람실, 세미나실, 도움누리터, 복합상영관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미디어센터다.
3개의 스튜디오와 디지털편집실, 자료이용실로 구성된 미디어센터에서 이용객들은 영상스튜디오, 음향스튜디오, UCC스튜디오 등을 이용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편집까지 할 수 있다. 또 자료이용실을 통해 다큐멘터리, DVD, 어학자료들을 시청 또는 청취할 수 있다. 모두 8실로 이뤄진 세미나실도 눈길을 끈다. 도서관 이용객들은 세미나실 중앙에 배치된 LCD모니터를 칠판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때 칠판에 적힌 내용을 BMP 파일로 저장해 자신의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또 ’도움누리터’에는 장애인, 노인 등 보조기기의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들을 위해 각종 보조공학기구가 비치돼 있다. 아울러 학술정보, 전문정보, 지역정보, 정책정보, 해외정보 등 각종 디지털콘텐츠를 연계, 약 1억1천600만 건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브러리포털’도 디지털도서관의 경쟁력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규모나 정보제공 면에서 세계최대”라며 “이번 디지털도서관 개관으로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관은 25일이지만 각종 행사가 이어지면서 27일부터 일반인들이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을 이용하려면 도서관 웹 사이트(http://www.nl.go.kr)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한편, 도서관은 개관에 맞춰 25-26일 양일간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글로벌 지식정보 사회를 선도하는 도서관’을 주제로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클라우디아 룩스 국제도서관연맹 회장이 기조발표를 하는 가운데 러시아, 모로코, 미국, 스페인 등 8개국에서 온 도서관 관계자들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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