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경쟁력의 척도는 제조업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성적이 27위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다소 상승한 성적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성적표가 나오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다. 이번 성적표의 과목별 잘못된 점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실질 GDP 성장이 둔화됐다는 점이다. 경제지표의 회복곡선은 보이지만 실질적인 국민의 삶이 예전보다 팍팍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정성, 기업의 시장변화 수용력 등이 부족한 것도 평균점수를 갉아먹는 요소로 부각됐다.

 역시나 미국·홍콩·싱가포르는 이런 면에서 탄탄한 기초 체력을 갖고 있다. 부동의 1, 2, 3위를 차지하면서 경쟁력의 최고봉에 섰다. 그렇다고 좌절할 상황은 아니다. 경쟁력 상위국가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조사가 그렇듯 서비스산업 위주의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서비스산업의 속성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경쟁력 측정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예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세계의 공장’으로 전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대단하다. 물론 종합 점수겠지만 경제 하나만으로도 중국이 종합 순위 20위에 오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이 17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에서 우리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궁극적인 경쟁력 향상은 결국 자본에서 나오고, 자본의 원천이 되는 것이 제조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리 낙담할 성적표는 아니다. 유럽인의 눈으로 측정한 지표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의 저력은 최첨단 IT로 무장한 제조업이다. 다만 부문별로 정치의 선진화, 기업 규제 완화, 기업의 자생력 등 취약한 부문을 향한 집중적인 노력은 좀더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