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전통 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융합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방법론은 모호하다. 반면에 IT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살길이라며 붐을 이루지만, 어떻게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는 뾰족한 묘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의도, 방법론도 모호한 두 개의 전략을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길이 보이지 않을까.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화려한 외관과 어려운 단어를 젖히고 알맹이만 보면 결국 ‘복잡·다양한 IT를 잘 몰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쉽게 쓰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컴퓨터 과학에서는 캡슐화(encapsulation)라고 한다. 어렵고 복잡한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 효용만을 누릴 수 있도록 구현 방법과 사용 방법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IT와 전통 산업 결합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통 산업에 IT를 접목시켜 경쟁력이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종이나 연필로 대변되는 업무 프로세스를 컴퓨터나 IT 기기로 처리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직접 실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미리 만들어 봄으로써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가상화’ ‘통합화’ ‘캡슐화’ 운운하며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이 등장하지만 과연 무엇을 가상화하고 무엇을 통합할 것인지가 여전히 모호하다. 전통 산업과 IT 융합도 IT를 이용한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측에서는 ‘도대체 IT로 뭘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생긴다는 점에서 역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서로 간의 빠진 고리를 찾을 수 있고, 해결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다. IT로 전통 산업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알아내서 IT나 컴퓨터를 거의 모르는 해당 산업 전문가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가상화·통합화·캡슐화 등을 구현하면 된다. 바로 그것이 IT와 전통 산업의 융합이고, 진정한 클라우드 컴퓨팅이 되지 않겠는가. 이를 통해 IT 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양산하고 새로운 존재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전통 산업은 경쟁력과 생산성을 확보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전통 산업 중 하나인 석유 채굴 산업을 생각해 보자. 미국 포천지 선정 세계 10대 기업 중 6개가 유전 개발 기업으로, 한 회사의 연간 매출이 2000억달러를 넘는다. 평균적으로 유전 개발 과정에서 5번 시추를 하면 1번꼴로 석유가 발견되며, 그중 30개에 1개 정도만이 경제성 있는 유전으로 판명된다. 결국 150번의 시추를 해야 1개의 상업적 유전을 발견하는 셈이다. 문제는 한 번의 시추 비용이 무려 500억원을 넘는다는 점에 있다. 유전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시추 비용만 7조원이 넘게 드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 채굴 사업자들은 파동방정식을 푸는 파형역산 기술을 이용한다. 이 기술은 땅속 모양을 정밀하게 그려내 시추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여준다. 그런데 어지간한 계산을 한 번 시작하면 반년씩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요하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IT를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원 공학자들은 IT를 잘 모르지만 최신 슈퍼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면 계산 시간을 1000분의 1이나 1만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자원 공학자들은 PC를 사용하는 것은 쉽게 생각하지만,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계산하는 일은 어렵게 생각한다. 따라서 슈퍼컴퓨터를 캡슐화·가상화시켜 PC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석유 채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이다.
이처럼 IT로 이루는 혁신은 석유 탐사뿐 아니라 금융, 선박 설계, 바이오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IT 산업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전통 산업.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통 산업과 IT 산업 간 상생의 길도 열릴 것이다.
권대석 클루닉스 사장 hyntel@clun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