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보면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워 동굴 문을 연다. 지금 관점에서 분석하면 음성인식 시스템이 장착된 동굴이라 할 수 있다. 무거운 돌로 된 동굴 입구를 사람이 고생하며 열고 닫을 필요가 없어 편했지만 ‘열려라 참깨’라는 코드 키를 외우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 보안에 문제가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이 동화의 음성인식은 상상 속 이야기다.
국내 보안시스템은 1977년 무인경비시스템 도입과 함께 편리성과 완벽 보안을 동시에 추구하며 눈부시게 발달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직장이 사무실을 비우면 카드키나 지문으로 보안을 설정하고 퇴근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대로 잠을 자며 숙직을 서던 때가 있었다.
이제 숙직은 병원, 소방서 등과 같이 촌각을 다투는 곳의 근무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이렇게 편해진 보안시스템은 대기 온도변화에 작동하는 열선감지기, 창문이 개폐되면 작동하는 자석감지기 등에 침입신호가 발생하면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CCTV와 인터넷의 발달로 현장을 영상관제소에서 확인하며 대응할 수 있게 됐고, 최근에는 영상인식 알고리듬을 탑재한 영상인식 감지기가 개발돼 침입자인지 작은 동물인지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최근에 에스원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보안시스템 ‘세콤 브이’는 영상인식기가 장착돼 있을 뿐만 아니라 침입자에게 경고조명과 굉음을 발사해 내쫓을 수 있다. 또 고객이 별도 설치된 버튼만 누르면 에스원의 영상관제소와 양방향 음성통화가 가능해 현장확인 등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향후에는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인식기 발달로 지금보다 보안 수준이 높아지고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로 카드키, 지문인식기 등이 보편화돼 있지만 앞으로는 신체에 없던 상처가 생겨도 인식하는 정맥인식기, 접촉 없이 카메라와 눈만 마주치면 인식되는 홍채인식기 등이 사용될 것이다. 경비시스템 역시 영화에서 사용되는 소재처럼 로봇이나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춘 시스템이 활용될 것이다.
현재는 흥미진진한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열려라 참깨’를 생각하며 웃음짓는 지금의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문경섭 에스원 기술연구소 팀장 kyoungsup.moo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