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10년째가 됐다. 10년 전 사업을 시작한 그때와 비교해 중소기업의 위상이 상당히 강화됐을 뿐 아니라 시선 역시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품질과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브랜드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는 ‘중소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이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 CEO가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들은 취약한 브랜드 경쟁력 때문에 제품 가격을 제값 대비 64%밖에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CEO의 84%가 브랜드 파워가 취약해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 인식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제일기획이 발표한 불황기 마케팅 전략인 ‘불황 5계’의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격이 비싸도 신뢰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응답이 56.4%로 ‘신뢰가 덜 가도 가격인 싼 브랜드를 선택한다(43.6%)’는 답변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바야흐로 브랜드의 가치가 그 기업의 제품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 그리고 구매 의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중소기업도 ‘브랜드 육성’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대기업 못지않은 제품·품질 경쟁력을 가지고도 단지 중소기업 브랜드라는 이유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지 않겠는가.
경기불황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점에서 중소기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꼭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특성을 잘 파악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브랜드 구축 전략과 실행 안을 만들 수 있다.
소비자 커뮤니티를 활용해 지도의 정확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 팅크웨어, 컴퓨터 조립하는 얼리어답터의 입소문 효과를 본 잘만테크,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시술 교육으로 시장에 침투한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창립 초기 마케팅 비용이 적어 ‘한경희’라는 개인 이름을 브랜드와 결합하면서 기업 특성에 맞춰 홈쇼핑 채널을 적극 활용해 브랜드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였다. 또 해외시장에서는 처음부터 OEM 판매를 과감히 뿌리치고, ‘HAAN’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이런 브랜드 전략이 지금은 현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면서 실적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물질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특성에 맞게 브랜드를 육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만을 보고 브랜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다 할지라도 미래를 본다면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의 잠재의식에 파고들어 먼 훗날 기업의 미래 가치까지 담보하게 만든다.
비 내린 뒤 더욱 단단하게 굳는 땅처럼 경기불황 여파 속에서도 지금부터 브랜드 가치를 쌓는다면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이제 중소기업도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브랜드를 육성해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rhaan@iha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