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중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합병 건수가 상반기에 비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기업 가치 하락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금 다발을 손에 쥔 기업들이 하반기에 주목할 만한 M&A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IBM 같은 공룡 IT업체부터 틈새 시장을 노리는 신생업체까지 새 성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 M&A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글로벌기술정상회의에서는 기술 업체 고위임원 다수가 이같은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대규모 인수합병이 업계를 뒤흔들었다.
오라클이 71억달러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했고, 넷앱은 최근 경쟁업체였던 데이터도메인을 15억달러에 사들였다. 칩제조사인 브로드컴은 에뮬렉스를 7억6400만달러에 적대적 인수합병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로이터는 하반기 들어 M&A 대상이 중소규모 업체로 덩치가 작아지겠지만, 인수합병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저렴해진 가격이 M&A를 노리던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아리 발로그 야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금이 기업을 살 적기”라며 몇달 전보다 값이 떨어진 기업을 쇼핑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확대하기 위해 조만간 관련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을 오라클에 내준 IBM도 다시 전의를 다지고 있다. 마크 라크리지 IB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주 인수할 기업을 살펴보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기업 인수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며 인수합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델, 광통신 케이블업체 코닝처럼 전통적으로 기업 인수에 보수적이었던 기업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너무 비싸서 눈길도 주지 못했던 업체들이 매력적인 가격에 매물로 나와있기 때문이다.
짐 플로스 코닝 CFO는 “작은 업체를 인수할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활발히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슈켄브록 델 사장 또한 “업계에 통합의 흐름이 거세게 불고 있다”며 “인수할 만한 기업을 경쟁자들에게 놓칠 수 있으므로 빨리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몇개월만 더 기다리겠다는 견해도 있다. 존 첸 사이베이스 CEO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경기가 돌아섰다고 생각하지만, 나쁜 기간이 조금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기업부문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 기회를 엿보고 있는 솔루션업체 사이베이스도 같은 입장이다. 존 첸 사이베이스 CEO는 “신생업체를 팔려는 이들로부터 연락이 자주 온다”며 “서두를 것 없이 조심히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만텍은 몇 달 안에 눈여겨 둔 기업들의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이다며, 당분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엔리케 살렘 시만텍 CEO는 “현금 20억달러에 적은 부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며 “이제 M&A를 할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시만텍은 핵심능력인 보안과 스토리지, 시스템관리 부문을 끌어올려 줄 업체를 찾고 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