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업무용 휴대폰 수요에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그동안 개인용 통신수단으로 여겨졌던 휴대폰이 업무용으로 특화되면서 ‘업무용-개인용’으로 이분화되는 ‘1인 다회선’ 시대가 목전에 와 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땅이라고 할 만큼 절대 승자가 없는 업무용 휴대폰 시장에 이통사들의 구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6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KTF는 ‘모바일 프랭클린 플래너’를 탑재하고 워드·파워포인트·엑셀 등의 문서를 볼 수 있는 등 업무용으로 특화된 비즈니스맨 전용 휴대폰 ‘LG-KU4000’을 시판할 예정이다.
여기에 LG텔레콤은 모바일인터넷을 통한 ‘오즈 메일’서비스에 각종 문서를 확대·축소할 수 있는 기능, 주기적으로 메일을 불러올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해 업무용으로 적합한 ‘한국형 블랙베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글로벌 대표 업무용 휴대폰 ‘블랙베리’를 출시한 데 이어 스마트폰 중심으로 업무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이처럼 비즈니스 전용 휴대폰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새로 피어나고 있는 업무용 수요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런 휴대폰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SKT는 블랙베리로 200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했고 일반폰·스마트폰 등을 망라한 법인 가입자가 전체의 3%(대략 70만명) 선에 달한다. 또 KTF의 법인 가입고객은 35만명, LGT의 가입고객도 60여만명으로 각각 총 가입고객의 2%와 7%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들 법인 명의 가입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개인용 휴대폰을 따로 갖고 있는 가입자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핀란드·체코·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는 휴대폰 보급률이 이미 인구 대비 최대 1.3배에 이를 정도로 세컨드 휴대폰이 일반화됐다. 이는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폰이 분리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확장할 시장이 없다는 점도 업무용 휴대폰에 집중하게 하고 있다. 노년·성인·청소년층 등 연령별 세분화 전략도 효용을 다한 만큼 이제 업무용 영역을 중심으로 타깃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 1인 다회선 시대를 이끈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 고객들은 연체 없이 사용량이 많은 VIP급 고객이라는 점도 이통사들이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 중 하나다.
두 대의 휴대폰을 쓰고 있는 한 이통 가입자는 “업무적으로 사용하는 특화된 기능 폰과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사용해볼 수 있는 휴대폰이 다르다”면서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폰은 부가서비스 이용에 부담이 크고 관리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고 설명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