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조대윤 조이맥스 이사

[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조대윤 조이맥스 이사

 오랜 세월 이어져온 동서양의 교역로. 수천 킬로미터의 험로를 뚫고 비단과 각종 상품을 실은 채 가야 하는 사막과 초원의 길 ‘실크로드’. 이런 역사적 기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실크로드온라인’은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게임이다.

 글로벌 게임포털 업체 조이맥스가 서비스하는 실크로드 온라인은 세계 180여 국에서 2000만명의 회원을 확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실크로드온라인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조대윤 이사(36)는 우연히 누나와 함께 일본 게임 타이틀 판매상을 하다 게임 개발의 길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누나가 장사를 해보겠다고 나섰고 그때 우연히 게임 타이틀을 판매하게 됐어요. 당시 주로 일본 게임 패키지를 판매했고 몇 달간 도와주면서 게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죠.”

 조 이사는 게임에 매료된 사람들이 매장을 가득 메우는 것을 보면서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와 동시에 닌자나 사무라이가 주로 나오는 일본 게임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중고등학생들이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데 팔 수 있는 타이틀은 대부분 왜색이 짙은 게임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이런 콘텐츠말고 우리 것이나 좀더 다른 콘텐츠를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나를 도와 몇 달 했던 게임 타이틀 판매는 조 이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고등학생 땐 컴퓨터가 두려웠다는 조 이사는 이때부터 게임 프로그래밍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의 아이들이 맨날 일본 게임만 하게 놔 둘 수는 없다는 사명감이 발동했다. 이왕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에 사명감까지 더해져 게임 개발은 그에게 너무나 즐거운 일이 됐다.

 “장사를 처분하고 그 돈으로 게임스쿨에 등록했어요. 1년여 정도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적성에 너무 잘 맞았어요.”

 조 이사는 6개월 정도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나머지 6개월은 거의 혼자 공부하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97년 8월 조이맥스에 합류, 실크로드 온라인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조이맥스는 8명밖에 안 되는 작은 벤처기업이었다.

 “RTS와 파이널오디세이 등을 개발하면서 기술은 쌓이는데 기획 노하우는 없었죠. 또 당시 국내 PC게임 패키지 시장은 불법 복제와 외산 게임으로 초토화됐어요.”

 조 이사는 이후 PC버전 실크로드의 개발을 접고 ‘실크로드온라인’에 집중했다. 그는 장대한 실크로드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캐릭터들을 게임 속에 녹였다. 그는 여전히 실크로드와 관계된 각종 비디오와 책 자료를 보며 끝나지 않은 인터넷 세상의 실크로드 개척에 여념이 없다.

 그는 “게임 개발은 개발자의 입장이 아니라 경영자나 사업가의 관점에서 해야한다”며 “내 사업이라 생각하고 하지않는 개발자는 이제 발 붙일 곳이 없다”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