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베이 변신에 입주자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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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베이에서 물건을 파는 잭 셩과 월트 코렌다는 모두 한 때 잘 나가는 판매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상태는 극과 극이다. 중국에서 구입한 가전 액세서리를 e베이에 등록, 판매하는 잭 셩은 지난달 매출이 1년 전보다 46%나 뛰었다. 반면 월트 코렌다는 전성기 때 100여개가 넘었던 주간 등록 물품 수가 10개로 줄어 울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 경매의 원조 e베이가 경매업체 이미지를 탈피함으로써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들 두 판매자의 명암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경매 때문에 웃고 울고=e베이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단연 경매다. 인터넷 벤처 투자 전성기인 지난 2001년 e베이의 매출은 74%나 신장했고 주가도 두 배로 폭등했다. 투자자들은 재고도 물류창고도 없는 e베이의 경매 방식에 열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는 경매보다 신속한 정찰 판매 온라인 사이트를 선호했다.

 가장 큰 위협은 정찰제 판매와 배송비 무료 정책으로 호응을 얻은 아마존이었다. 지난 1년간 아마존의 주가는 6% 하락에 그친 반면 e베이의 주가는 43%나 곤두박질쳤다. 검색이나 비교 구매 사이트도 e베이 고객을 대거 흡수했다. 2007년 e베이의 등록 물품 숫자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변해야 산다=지난해 초 맥 휘트먼 CEO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존 도나호 e베이 CEO는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당시 그는 “신속한 혁신을 위해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등록비 시스템을 선보였다. 종전에 비해 판매자들이 내야 하는 경매 상품 등록비를 대폭 낮추는 대신 상품이 팔렸을 때 e베이가 챙기는 몫을 늘렸다.

 새 정책은 대량으로 물품을 등록하는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e베이는 판매자들이 제공하는 물품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 판매자들 역시 물품이 팔리기도 전에 고가의 등록비를 내야 하는 비용 부담으로부터 해방됐다.

 소비자들이 물품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는 조건도 바꿨다. 과거 경매 마감이 임박한 제품이 검색 결과에 가장 먼저 노출됐다면 이제 고객 평가가 좋은 판매자부터 노출되는 방식이다.

 대형 판매자들은 평가 등급 향상을 위해 고객 서비스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도나호 사장은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에서 쇼핑을 하는 것처럼 e베이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찰제로 무게중심, 반발도 적지않아=e베이는 특히 최근 정찰제 판매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경매용 제품의 등록비는 그대로 4달러를 유지했지만 정찰제 품목의 등록비는 30일 기준으로 35센트로 대폭 낮췄다. 이러한 전략 선회는 주효했다. 몇몇 대형 온라인 판매업자들이 e베이에 수만 개의 물품을 등록하기 시작했다.

 급진적 변화에 따른 진통도 없는 것은 아니다. 소량 물품을 등록하는 월트 코렌다는 대형 판매자들의 물품 공세 속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e베이의 상위 100명 판매자 중 올해 1분기 판매 중단한 이들이 16%에 달했다. 비록 아직까지 e베이의 이러한 생존 전략이 눈에 띄는 성과로 도출되지 못했지만 도나호 CEO는 내년까지 과거의 명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게 됨으로써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