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한 고교가 최근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IT없는 날’이라는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26일(현지시각)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 밀피타스 고교 교사는 3학년 학생에게 지난주 12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채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결과물을 제출해 보자는 숙제를 냈다.
교사는 학생들이 휴대폰과 아이팟은 물론이고 비디오 게임기·DVD·TV·PC 등 모든 디지털 기기에 아예 접근하지 않는 상황을 설정해 준 것이다.
평소 IT기기에 푹 젖어 살아온 학생들은 문자 메시지는 커녕 TV도 없는 날을 보내게 되자 ‘원시 시대’를 사는 듯 갑갑하고 지겨운 시간을 경험하면서 상당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휴대폰 속에 시계와 계산기, 캘린더 등을 내장하고 이용해 온 한 학생은 “내 생애에 가장 길고 긴 날을 보낸 것 같다”며 “내가 디지털 기기에 중독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디지털 세상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IT 기기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세상을 알게 되는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됐다”고 자평했다.
과제를 낸 교사는 “귀와 눈을 IT 기기에만 의존하게 되면 자신이 싫어하는 일에 대해선 듣지 않아도 되고 볼 필요도 없다”며 “이는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가두는 결과가 되고 자신이 점점 세상에서 소외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