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온라인게임 관련 제도를 변경했다. 우리 정부는 대응책 마련은커녕 사실 확인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문화부는 ‘해외 온라인게임 콘텐츠 심사 신청 업무 통지’를 발표했다.
이는 말 그대로 해외 업체가 중국에서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기 전에 받아야 하는 심사 규정이다. 내용 중 해외 온라인게임 업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대목은 ‘서비스 업체 변경’ 조항이다. ‘서비스 업체가 변경되면 기존 허가(판호)는 자동으로 폐지되고 문화부의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서비스 업체가 바뀌어도 판호는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이 매우 까다로운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항은 아예 중국 업체에 칼자루를 쥐어주는 조치라고 봤다.
세계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이 조항의 덫에 걸렸다. 블리자드는 대규모 업데이트인 ‘리치왕의 분노’를 발표한 후 6개월 이상 지연된 끝에 지난달 판호를 받고, 이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기존 서비스 업체인 나인유와 결별하고 넷이지와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다시 판호를 받아야 하게 됐다. 현지 언론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앞으로 3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에 온라인게임을 수출한 모 업체 대표는 “지금도 중국 업체들이 지나친 조건을 내걸거나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 조치로 중국 업체들의 배짱 요구와 비상식적 행동이 더 잦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판호 제도 변경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사실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현지 인력으로 파악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해외 온라인게임 콘텐츠 심사신청 업무 통지엔 △심사를 신청한 온라인게임은 정식서비스 버전과 일치해야 한다 △기술테스트의 계정은 2만개를 초과하면 안 된다 △테스트 중 어떠한 상업적 행위를 할 수 없다 △해외 온라인게임이 대폭적인 콘텐츠 추가 및 변경을 진행하면 반드시 새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다.
장동준·김인순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