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신업계가 통합 KT가 공식 출범하는 6월을 앞두고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이들은 6월 한달동안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IPTV 등 각종 서비스상품을 쏟아내며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통합 KT가 출범과 함께 그동안 주춤했던 마케팅 경쟁을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SK텔레콤,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은 일제히 새로운 결합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6월 한 달이 향후 1∼2년 후 통신시장 판도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물량공세를 퍼부을 참이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과열경쟁이 도를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6월 한 달이 초반 기세싸움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결과는 2∼3개월 후에 나오겠지만 6월 실적은 앞으로 1∼2년 후의 시장 판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KT의 요체가 ‘KT의 이동통신 시장 참여’로 평가되는 만큼 먼저 이동통신 시장에서 마케팅 경쟁의 불꽃이 튈 전망이다.
KT의 경쟁사들은 다양한 결합상품 구성을 통해 요금 경쟁력이 강화된 합병 KT가 막강한 유선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무선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않을까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미 KT는 그동안 경영개편 과정에서 위축됐던 이동통신 상품 만회를 위해 영업직 할당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SK 측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유.무선 상품을 결합시켜 보다 세분화한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는 한편 이동통신 상품에 대한 새로운 보조금 혜택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텔레콤 역시 6월 중 데이터 요금 인하에 이어 모바일 인터넷을 활성화하기 위해 값비싼 정보이용료도 인하할 계획이다. 두 이동통신 경쟁사 모두 KT가 내놓을 카드에 맞서 단계별 대응카드를 준비해놓고 있다. 유통망 변화 가능성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KT와 SK는 각각 FM&S, PS&M 등 유통자회사를 두고 휴대전화 판매에 특화됐었던 이통 판매대리점을 결합상품 판매소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통 대리점에서 이동통신은 물론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IPTV 등을 함께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한발짝 더 나아가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으로도 영업망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텔레마케팅 중심의 영업보다는 대면 영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IPTV 가입자 유치경쟁도 본격화된다. SK브로드밴드는 이달까지 수도권에 그쳤던 실시간 IPTV 서비스망을 전국으로 늘리고 내달부터 대대적인 지역 마케팅에 나서는 등 가입자 확보에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KT가 한결 자유로워진 결합상품으로 실시간 IPTV 경쟁을 본격화하면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도 맞공세를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 KT의 출범을 계기로 기선제압식 정면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시장이 추가로 과열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KT가 시장과열의 원인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시장 안정화를 우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KT는 합병 선언 이후 마케팅 비용으로 시장을 흔들지 않고 제살깎아먹기식 마케팅 경쟁은 지양하겠다는 뜻을 줄곧 피력해왔다. KT 측은 “이미 소모적 마케팅 경쟁은 지양한다고 밝혔던 만큼 KT가 먼저 경쟁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출범 첫 달은 중장기 계획수립에 치중할 것이어서 6월 한 달의 실적을 갖고 전체 국면을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경험을 통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경쟁’엔 한계가 있다는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음달 1일 통합 KT가 출범식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