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도 도(道)가 있다(?)’
경쟁사로 자리를 옮긴 고위 임원들에게 이직의 ‘도(道)’를 지키라는 제동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인포메이션위크에 따르면 매사추세츠법원은 최근 EMC에서 HP로 이직한 데이비드 도나텔리 전 EMC 사장에게 HP에서 일하되, 1년 동안은 EMC와 경쟁하는 분야에 관여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당초 HP의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장비사업부(TSG) 총괄 부사장으로 스카웃된 도나텔리는 1년 간 스토리지사업에 손을 댈 수 없게 됐다.
데이비드 도나텔리는 22년간 EMC에 몸담으며 매출 규모 63억달러의 EMC 스토리지사업부를 총괄했다. 지난 4월 돌연 사임한 도나텔리가 곧장 주요 경쟁사인 HP로 자리를 옮기자 EMC는 발칵 뒤집어졌다. EMC는 핵심 인력이 경쟁 회사로 옮길 수 없다는 ‘비경쟁 조항(noncompete provision)’을 들어 고용계약 위반으로 법원에 제소했다. 도나텔리는 회사를 떠나고 1년은 경쟁사로 옮길 수 없다는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법원이 EMC의 손을 들어주며 절충안을 선고했다.
HP는 “이번 판결로 도나텔리가 HP에서 기업용 서버, 네트워크 장비를 담당하는 부사장으로 재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IBM이 전 최고 인수합병(M&A) 책임자 데이비드 존슨을 지난 21일(현지시각) 고용계약 위반으로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수합병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문가를 물색하던 델이 M&A 수석 전략책임자로 데이비드 존슨을 최종 낙점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존슨은 27년간 IBM에 근무한 정통 ‘IBM맨’이다. 지난 9년 동안 IBM의 M&A 총괄 임원으로 IBM의 왕성한 인수합병을 챙겼다. IBM도 비경쟁 조항을 명시한 고용 계약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드워드 바비니 IBM 대변인은 “데이비드 존슨은 IBM의 경쟁사나 공중이 접근해서는 안되는 가장 민감하고, 철처히 보호받아야 하는 정보를 취급해 왔다”며 “델에 근무하게 되면 IBM으로부터 취득한 기밀을 끊임없이 유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비경쟁 조항에 서명한 댓가로 엄청난 보상을 받아왔다”고 비난했다. 델은 “타사의 지적 재산권과 업무 비밀을 존중한다”고 논평했다.
IBM은 지난해 10월에도 애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베테랑 엔지니어 마크 페이퍼마스터를 계약 위반으로 고소했다. 올해 1월 법원은 마크 페이퍼마스터가 어떤 경우에도 IBM의 기업 기밀을 누설하거나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