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심장 상하이를 관통하는 황푸(黃浦)강 주변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도시 곳곳이 ‘하이바오(해보, 바다의 보물)’라는 상하이 엑스포 마스코트와 광고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상하이 엑스포를 중국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며 나라 전체가 나섰다. 중국에 가져왔던 우리의 전략을 되짚어 봐야 할 때다.
상하이 엑스포에는 최초·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0개국이 참가를 확정한 상태다. 관람 인원은 베이징 올림픽 때의 10배가 넘는 무려 70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최 면적도 5.28㎢로 상하이시 전체 면적의 1%를 차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개최 장소를 도심으로 결정한 것도 엑스포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거대 대륙 중국답게 엑스포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울 태세다.
올림픽에 이어 대규모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중국은 경제위기 탈출 이상의 성과를 노리고 있다. 매년 GDP의 2%를 끌어 올리고 2010년에는 1인당 GDP 1만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엑스포가 중국인의 시민의식을 높이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 훨씬 세련된 중국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겠다는 단단한 각오도 보인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는 20년 전에 이미 올림픽을 개최했다고 한가하게 얘기하고 있을 사람은 한 명도 없겠지만, 변화하는 중국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고 자신 있어 할 사람도 많을 것 같지는 않다.
2001년 말, 중국의 WTO 정식 회원국 가입은 우리 경제에 대한 이해득실 논란을 불러왔다. 저가 중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수출 상품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 시장의 개방으로 우리가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후자가 더 옳았다. 2001년과 작년을 비교할 때 우리의 전체 수출은 2.8배가 늘어난 반면에 중국에 대한 수출은 5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2003년이 되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그 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면서 2위 미국과의 격차를 벌려 왔다. 작년에 우리는 전체 수출의 21.7%, 미국에 수출한 금액의 2배인 914억달러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이 이제 우리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중국을 봐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중국에 가져왔던 전략을 수정해야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건비 등 중국 내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중국을 비용절감을 위한 생산기지로 보기가 어렵게 됐다. 중국 자체적으로도 저비용 생산구조 대신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공무역을 위해 중국에 수출하던 원부자재 수출의 감소와 이를 대체할 수출 품목의 발굴이 시급함을 의미한다. 기회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산 기계·설비 등 자본재 수요가 늘 것이다. 다만 줘도 될 기술과 지켜야 할 기술에는 우리 업계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칭다오 등 연해지역 대도시 시장에 더해 최근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는 2·3선 내륙 도시 시장을 노리는 전략도 필요하다. KOTRA가 작년까지 3개였던 중국 내 한국 상품 공동물류센터를 6개로 늘리는 것도 우리 기업의 내수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매년 GDP의 3%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 녹색산업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겠다.
일주일 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기공식이 열렸다.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한류스타 장나라씨가 홍보대사로 참가했고, 일본관 기공식에는 가지 않았던 상하이시 수석 부시장이 참석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경제 흐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상하이 엑스포, 이를 계기로 우리의 대중국 전략도 새롭게 해야 한다.
조환익 KOTRA 사장/hecho@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