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의 데이터 통화 정액요금제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소비자 혜택 확대와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500만명은 국내 이통 서비스 가입자의 10% 선을 넘을 정도로 의미있는 숫자지만, 음성통화 시장의 포화 상태를 극복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500만명 시대 동력은 = 이 같은 성과는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제의 출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4월 3세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오즈를 선보이면서 월 6천원에 1GB 데이터 통화가 가능한 ’오즈 무한자유’ 요금제를 출시했다.
오즈 무한자유 요금제는 업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사실상 무제한의 데이터 통화가 가능해 1년여만에 77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LG텔레콤은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 100만명 선을 처음으로 넘어설 수 있었다. KTF 역시 지난해 9월 월 1만원만 내면 데이터 통화료와 정보 이용료 걱정 없이 휴대전화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쇼 데이터 완전자유’ 요금제를 선보여 데이터 통화 시장 성장에 일조했다.
쇼 데이터 완전자유 요금제는 출시 반 년여 만에 79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KTF는 이에 이용 가능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SK텔레콤과 LG텔레콤 역시 정보 이용료를 데이터 통화료와 결합한 형태의 정액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비싼 요금제 등 숙제도 산적 = 이처럼 데이터 통화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지난 3월 발표한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통사의 데이터 관련 매출은 전체의 17.4% 수준으로 일본(32%)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13년에도 데이터 관련 매출이 전체의 26% 수준에 그쳐 선진국들이 40% 내외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데 비해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 역시 2006년 이후로 1조원 규모에서 성장이 정체된 형편이다. 업계는 무엇보다 비싼 요금제가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실시된 무선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필요가 없어서’(75.7%)라는 경우에 이어 ’요금 부담’이라는 답이 54.2%로 가장 많았다. 열악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환경도 문제점으로 손꼽혔다.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계획 보고서는 음악, 게임을 이을 핵심 콘텐츠가 발굴되지 않고 PC 인터넷에 비해 콘텐츠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통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콘텐츠 판매액의 20~50%를 챙기는 등 수익 배분 구조가 불공정한 것 역시 시장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이통사는 또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폐쇄적 입장에서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산업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가 모바일 인터넷 망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여전히 접속 경로 등을 내부 포털에 유리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 성장 전략은 = ▲정부는 공정 경쟁 환경 조성 ▲콘텐츠 제작 및 유통 환경 개선 ▲이용자 위주의 서비스 환경 구축 등을 핵심 전략으로 2013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통사 중심의 폐쇄적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자 간 권리.의무 관계, 차별 행위금지 등 법제화 ▲이통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정보이용료 수익배분 가이드라인 마련 ▲이통사의 포털과 외부 포털 간에 동등한 접속 경로 보장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부는 개방형 플랫폼 기반 콘텐츠 제작 교육 및 공유, 유선 콘텐츠를 모바일 인터넷에서 쓸 수 있는 표준(Mobile OK) 지원,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콘텐츠 기술개발, 유통경로 다양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개발환경 지원으로 콘텐츠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행안부도 ▲납세.주거.자동차 관련 생활 밀착형 정부를 모바일 서비스로 시범제공 ▲개방형 형태로 교통·기상 등 정보 제공 등 정책을 펴기로 했다.
업계 역시 최근들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올들어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오픈마켓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오는 9월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판 ’앱스토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KT도 KTH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유사한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KT는 와이브로와 인터넷전화, 이동전화를 포괄하는 오픈마켓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통사들이 데이터 통화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폐쇄적이고 고가의 서비스 정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성장과 소비자 혜택 증진을 위해 업계 전반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 합 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