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TV 시청자 열에 다섯 이상(54%)이 스포츠 중계방송을 선택할 때 ‘아나운서·해설자 선호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방송사인지(19%), 다양한 정보제공이나 치밀한 경기분석 여부(11%)는 상대적으로 채널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 홍보시청자부가 지난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10∼40대 이상 남·녀 698명에게 물었더니 이처럼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AGB 닐슨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3월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중계한 지상파 방송 3사의 동시 방송 시간대의 시청률을 조사했더니, 전체 시청률이 32.2%인 가운데 KBS1이 12.5%로 가장 높았다. MBC는 11.5%, SBS는 8.2%였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처럼 국가 대항 스포츠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높은 데다 아나운서·해설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에 주목, 주요 아나운서·해설자의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언어 사용 형태·문제점을 파악해 공개했다.
KBS 해설자(이용철)는 ‘아이싱→얼음 찜질’ ‘핫안타→중요한 안타’ ‘밸런스→균형’ 등 우리 말로 순화할 수 있는 용어들을 영어식 그대로 썼다. MBC 해설자(허구연)도 ‘게스 히팅→예측 타격’ ‘콤팩트→간결’ ‘클린 히트→깨끗한 안타’ 등으로 마찬가지 언어 사용행태를 보였다. SBS 해설자(박노준)도 ‘무브먼트→공 끝 변화’ ‘볼데드→경기 일시 중단’ ‘허슬 플레이→과감한 동작’ 등으로 같은 행태를 보였으며, 세 사람 모두 ‘허벅지 마비 증세’를 뜻하는 ‘햄스트링’이라는 용어를 부연 설명 없이 그대로 썼다.
또 뜻을 알 수 없는 일본식 표현과 은유, 방송 상황을 의식하지 않은 일상 언어를 쓴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로 ‘다루다→요리하다’ ‘몸을 가리지 않다→몸을 사리지 않다’ ‘분전하다→분발하다’ ‘적극성을 띠다→적극성을 갖다’ 등으로 바꿔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싸도고로’처럼 일본식 표현을 사용한 데다 상대편(일본) 선수를 ‘애들’로 비하하는 등 방송에 부적절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방송통신심의위의 방송언어특별위원회(위원장 차인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 중계 방송언어의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나운서·해설자의 언어 사용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