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며 넉 달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일부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 지식경제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달 51억50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한 282억3000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40.4% 감소한 230억80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무조건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이 늘어나서 발생하는 흑자가 아니라 수입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수입이 감소했다는 말은 그만큼 내수가 줄었다는 의미다. 이는 공장이 잘 돌아가지 않음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 증가가 수입 증가를 크게 앞질러야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전형적인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의 국제유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22일 배럴당 31.12달러까지 내려갔던 유가는 북핵문제 등 국제사회의 불안으로 지난달 29일에는 6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환율도 우리 경제 우군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나 원엔 환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주서 열린 한·아세안 경제협력 포럼이 끝난 후 “6월 수출은 5월보다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주요국 수출이 40∼50%씩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하면 한국의 상황은 양호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수치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불황형 흑자를 바람직한 흑자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내수 진작이 시급한 과제다. 닫힌 지갑을 열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내수가 살지 못하면 수출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경제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