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20)LG텔레콤과 협력사 피플웍스의 성공사례

[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20)LG텔레콤과 협력사 피플웍스의 성공사례

 #LG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3위 사업자다. PCS 시절을 겪어본 사람은 CDMA 방식의 경쟁 사업자에 비해 LG텔레콤의 통화 품질이 좋지 않았다는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인가 통화 품질이 경쟁 사업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더이상 통화 품질 경쟁이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처럼 LG텔레콤의 통화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는 협력 업체 간 공정 경쟁으로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시도한 LG텔레콤의 상생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LG텔레콤 중계기 물량의 40%가량을 납품하고 있는 피플웍스다. 이 회사의 뿌리는 원래 LG 계열 시스템 메이커인 LG정보통신이었다. PCS 서비스가 시작되던 당시 LG정보통신은 PCS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RF파워앰프를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RF파워앰프는 이동통신 신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RF파워앰프와 이동통신 시스템 핵심 부품이 전량 수입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업자가 설비 투자 대비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운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LG정보통신은 당시 포항공과대학과 함께 RF파워앰프 개발팀을 구성했다. 그 결과 당시 1000만원가량 하던 RF파워앰프 가격을 300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메이커였던 LG정보통신이 지속적으로 RF파워앰프와 부품을 전문적으로 맡을 수 없던 탓에 아웃소싱을 결정하고 당시 연구원과 개발팀 28명이 분사, 2000년 6월 14일 인텍웨이브로 출발했다. 이후 2006년 초 피플웍스로 사명을 바꿨다.

 LG텔레콤과 피플웍스의 협력은 독특했다. 협력업체인 피플웍스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LG텔레콤에 기술 혁신을 주문하면서 이뤄졌다. 물론 밑바탕에는 LG정보통신에서 분사한 협력업체라는 점도 있었다.

 피플웍스는 PCS 장비가 깔리고 2G 통신서비스가 안정되면서 국내 파워앰프 시장이 포화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새롭게 뜨는 중계기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계기 중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CFR 중계기가 장비의 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LG텔레콤에 제안했고 LG텔레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뭔가 효율적인 중계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던지자 피플웍스가 적극적으로 CFR 중계기라는 답을 내놓고 두 회사가 공고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LG텔레콤은 이후 이동통신 기지국 관련 기술 및 경험을 바탕으로 6시그마 교육과 원가 절감 지원 툴 교육을 주관했고 협력사 혁신 과제를 선정, 평가했으며 통신서비스 기술 로드맵을 협력업체에 적극 제시했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툴을 적용한 개발 목표를 함께 설정, 6시그마 개발 기법을 활용한 문제 해결 및 통계적 과제 개발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피플웍스는 CFR 기술을 이용한 중계기 개발에 성공했다. 고가품인 RF파워앰프의 효율을 최대 50% 개선시켜 원가 절감, 소모 전력 감소, 장비 소형화 등을 이뤄낸 것이다. 이 제품 개발로 피플웍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지역혁신박람회에서 대·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피플웍스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웹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동통신용 기지국의 일종인 IP BTS 개발을 LG텔레콤에서 의뢰받아 진행 중이다. 피플웍스의 핵심 기술 역량을 고객사가 인정한 사례로 상생 협력의 기본 조건이 기술 혁신에 대한 공동의 의지와 실행력에 있음을 보여줬다.

 ◆인터뷰-우준환 피플웍스 대표이사 부사장

 “협력 업체를 믿고 존중하는 것이 상생 협력의 기본입니다. 협력 업체에 대한 평가 기준, 물량 납품 선정 절차 등의 투명한 공개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신뢰도를 높이는 길입니다.”

 우준환 피플웍스 부사장은 기술력 있는 협력 업체를 대기업이 믿어주는 데서 상생 협력은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사와 협력 업체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추며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 부사장은 “LG텔레콤의 고민을 먼저 알고 큰 방향을 공유한 다음 오히려 협력 업체가 적극적으로 기술 혁신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성공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기술 역량에 자신감이 있다면 협력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협력 업체의 적극적인 제안을 통 크게 받아들일 수 있는 LG텔레콤의 상생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협력 업체가 만든 제품의 평가 기준과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해 협력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을 유발하는 것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게 우 부사장의 생각이다.

 우 부사장은 “LG텔레콤과의 협력에서 가장 큰 성과였던 CFR 중계기는 LG텔레콤에 중계기를 납품하는 4개 협력업체가 경쟁했지만 각 평가 항목에서 피플웍스가 제일 우수한 점수를 받아 가장 많은 물량을 납품하게 됐다”며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에 다른 협력 업체의 불만은 없었으며 오히려 협력 업체들이 더욱 기술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따라서 4개 중계기 업체가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고 있다”며 “LG텔레콤 구매 총괄 담당이 협력업체에 가격 부담을 주기보다는 아이디어로 효율을 높여 성과를 내면 가격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 부사장은 얼마 전 LG텔레콤 구매 총괄 담당 임원이 피플웍스를 비롯한 11개 협력업체를 모두 방문했다고 귀띔했다. 향후 4G 시장에 대비해서 협력 업체들이 준비가 되고 있는지, LG텔레콤이 직접 지원해야 할 것은 없는지 등을 직접 살펴보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라는 전언이다.

 우 부사장은 “중계기 개발 측면에서 4G와 관련된 전략이 좀 더 구체화하면 비용효율적으로 R&D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 치 앞을 모르는 통신 시장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이른 시일 내에 내놓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LG텔레콤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LG텔레콤의 상생 전략은…

 LG텔레콤은 협력사의 기본체질 개선과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원칙’을 시행하고 있다. LG텔레콤이 협력사의 기술혁신, 품질혁신, 가격혁신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협력사를 해당 업계의 최강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LG텔레콤이 제시한 원칙은 LG텔레콤의 공유가치인 ‘정도경영’에 입각해 협력사 어디에나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며 거래의 투명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혁신도 강조한다. 협력사에 원가절감 등의 일방적인 요구를 지양하고 LG텔레콤과 협력사가 서로 혁신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공동의 과제를 설정해 지혜를 도출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혁신마인드를 의미한다.

 통신업계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현이나 기술의 진화가 빠른 시장의 생태계에서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는 해당 기업만이 아닌 관련 중소 협력기업의 생태계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LG텔레콤은 협력업체를 N/W장비·N/W공사·수탁사·IT업체·CP(Contents Provider) 등의 군으로 나누어 각각 협력사군의 요구에 맞는 육성·지원책을 적용해 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협력사 육성정책으로는 협력사의 혁신과제 선정 및 해결을 위한 교육과 경영노하우 전수 차원에서 △협력사군별 혁신학교 운영 △6시그마 활동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회성 지원보다는 협력사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주력함으로써 협력사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LG텔레콤은 또 기업은행과 연계해 500억원 규모의 ‘LG텔레콤 중소기업 상생협력펀드’를 지난 4월 조성했다.

 LG텔레콤은 이번 펀드조성을 위해 예탁금 100억원을 무이자로 출연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은행이 400억원을 출연해 LG텔레콤 중소협력기업들의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총 500억원의 상생협력 펀드가 조성됐다.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최근 금융환경의 어려움과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이 금융기관과 연계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선 인터넷 브랜드 ‘오즈(OZ)’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도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는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존재하고 CP들이 원활하게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에 걸친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대다수의 CP가 테스트에 필요한 완벽한 환경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에 LG텔레콤은 CP협력업체들이 단말기, 서비스, 콘텐츠 구현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OZ CP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LG텔레콤 상암 사옥 옆 전자회관 5층에 약 30평 규모로 있는 OZ CP 센터는 9개의 테스트룸과 33개의 좌석을 구비했다. 특히 센터 내 별도의 IT시스템을 구축, CP 협력업체 직원들이 인터넷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 조건과 동일한 테스트 환경을 제공해 테스트 중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CP 협력업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