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IT 대통령의 디지털 유서

[리더스포럼] IT 대통령의 디지털 유서

 “u소사이어티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네요. 유비쿼터스가 맞습니까? 유비쿼터스가 맞나요? (유비쿼터스가 맞습니다.) 네,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하겠습니다. 제가 하나 더 추가해도 될까요? 모두 함께 정보격차가 없는 세상, 지방도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젠 우리 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몇 년 전 한 IT 관련 행사에서 했던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IT와 정보통신 분야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몸소 실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정운영에 직접 IT를 접목, 사용하기를 좋아했다. 청와대 안에 국정운영 전반을 상호 검증할 수 있는 e지원 시스템 개발과 활용에 적극적이었고 모든 결재와 보고도 이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로 말미암아 청와대 참모진 사이의 원활한 업무조정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지고 국민과의 소통에도 노력했다. 더 나아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 e지원을 확대 적용했으며, 정부혁신의 실질적인 방법론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국가정보화 순위는 세계 3위 안에 들게 됐고, 국제 디지털 기회지수(DOI:Digital Oppotunity Index) 연속 3년간 1위, 인터넷 증가율,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율 세계 1위, 전자정부 수준 10위 이내 위치를 차지했다. 또 DMB·와이브로·IPTV 등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기술에 이어 서비스 개발, 2세대 휴대폰을 넘어 2.5세대, 3세대 휴대폰 개발,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산업과 u시티 구축사업, BcN 광대역통합망 사업추진, RFID/UCN 사업 추진, 디지털TV 전환 본격추진 등 세계 각국이 대한민국의 IT 서비스와 기술을 부러워하게 됐다.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는 한국에서 사용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세계 IT 시장의 테스트베드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 덕분에 명실상부하게 세계 많은 사람과 언론이 대한민국이 IT 1등 강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실적은 최고 정책결정자인 대통령의 IT 산업을 향한 관심과 열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많은 전문가가 평가한다. 퇴임 후에도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IT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인터넷에 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을 열고 ‘노공이산’이란 필명으로 글을 올렸으며,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 등에 전직 대통령이란 권위와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과 활발히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IT 대통령으로서 그는 마지막 가는 길에도 아날로그 유서가 아닌 개인용 컴퓨터에 디지털 유서를 남겼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PC상에 디저털 유서를 남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IT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했던 IT 대통령으로 우리 마음속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남은 우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이루려고 했던 IT 강국으로의 꿈,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 참여로 이루는 시민민주주의, 특권도 반칙도 없는 세상, 차별 없이 모두 함께 잘사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발전된 IT를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해 선진한국을 이루기 위해 시급히 뿔뿔이 흩어진 IT 관련 정책을 종합 조정할 수 있는 정부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IT 특별보좌관제’ 도입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그러나 IT 특보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거나, 어려운 IT 산업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무마용으로 신설한다고 하면 의미가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IT 산업과 정책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국정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다’던 우리들의 바보 대통령, IT 대통령,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최수만 IT미디어연구소 원장/smchoi500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