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100주년…새로운 100년의 비전은

한국만화 100주년…새로운 100년의 비전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 만화가 핍박의 역사를 넘어 스토리텔링 산업의 중심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공동위원장 김동화·이동수·이홍우·박재동)는 2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념식을 열고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핵심 콘텐츠로서 만화의 발전을 기약했다.

 공동위원장인 박재동 화백은 같은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화는 사회적 편견과 검열이라는 두 가지와 싸우며 어려운 길을 걸어왔고, 이 때문에 김동화 화백은 만화가들을 전우라 부른다”고 만화 100주년 소감을 밝혔다.

 1909년 6월 2일 고 이도영 화백이 시사풍자만화를 신문에 발표한 이래 만화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줬지만 그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68년부터 정부는 만화 사전검열을 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어린이날만 되면 만화책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문화 속에서 만화는 문화·산업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후 90년대 들어서는 일본 만화가 전면 수입 개방되고, 출판사들이 일본 만화 수입에 열을 올리면서 창작 만화가 성장할 토대가 약해졌다. 2000년대 들어 웹툰의 성장으로 새로운 만화 창작 무대가 생겼고, 만화가 영화·드라마·게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원천으로 쓰이면서 그 가치를 다시 평가받고 있다.

 부천만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9년 4월 현재까지 드라마·영화 등의 소재로 쓰인 우리 만화는 64편에 이른다. 만화 원작의 가능성은 일본만화인 ‘올드보이’와 ‘미녀는 괴로워’가 열었지만 최근에는 ‘식객·타짜(허영만 작)’에 이어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작)’ ‘이끼(윤태호 작)’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박흥용 작)’ 등 우리 만화가 각광받는 추세다.

 전체 만화 산업 규모의 1%에 불과하지만 해외 수출도 꾸준히 늘어 해외에서는 ‘만화’가 일본의 ‘망가’와 차별화된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만화 수출액은 2005년 3억2500만달러에서 2006년 3억9100만달러, 2007년 3억98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처럼 해외에서 영화화가 추진 중인 작품도 있다.

 만화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외에서 우리 만화를 재조명하는 취지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3일부터 오는 8월 23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만화―한국만화 100년 전’이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해외에서 한국 만화 알리기에 나선다. 프랑스 앙굴렘과 파리, 이탈리아 볼로냐 등에서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전을 연 데 이어 오는 24일까지 영국 런던에의 주영한국문화원에서도 기념 전시회를 연다.

 김동화 공동위원장은 “오늘은 과거를 되짚는 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날”이라며 “그동안 검열통제 등 힘든 과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국 만화의 고급화, 독자 다변화,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