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관련 직종 사람들은 고달프다. 최근 IT 관련 기관들의 정책발표나 신문, 잡지 기사를 읽다 보면 IT는 주로 전자산업이나 통신산업으로만 돼 있고 SW 분야는 항상 뒷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프로그래머들은 나태하다느니 CIO 임무는 끝났다느니 등의 인식이 팽배해 있다.
우리의 전산 및 인터넷 응용기술이 얼마나 잘 발전돼 있는지는 외국 관공서, 은행 또는 서비스 기관의 컴퓨터를 써보면 금방 느낀다. 외국의 전산서비스는 쓰는 방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또 끝까지 해놓지 않은 반자동화가 많다. 우리 것이 훨씬 편하고 합리적이다. 이렇게까지 이끌고 온 전문가들이 중심에서 점차로 멀어지니 답답하다. 아직 많은 일이 남아 있다.
1980년께 정부는 정보산업입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사회 인프라를 정보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사무자동화(OA), 산업측면은 공장자동화(FA)·설계분야(CAD)·생산분야(CAM),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는 행정·국방·금융전산망 등이 개발 대상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개발 성공으로 인해 한국은 ‘IT, SW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해졌다.
이러한 SW산업 확대를 위해 저렴한 하드웨어, 국산 장비가 필수적이었다. 반도체 기술과 통신 기술은 이러한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으나 SW 개발 부문은 많은 부분이 시행착오적인 방법에 의존했다. 더 나빴던 것은 SW 개발에서 유지·보수 부문은 시간이 갈수록 돈이 더 들어가는 코스트 센터가 됐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고 우리 덕에 이익을 보는 선진국들도 이 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은 사상누각이다. 선진국이 비싸게 팔고 있는 하드웨어나 SW에 우리의 응용 SW를 넣어서 활용하는 기술은 놀랄 만큼 빠르다. 그러나 선진국의 하드웨어, 네트워크 기술, 윈도, 리눅스와 같은 기초 SW 기술과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선, 항공, 통계등과 같은 패키지SW 기술에서는 격차가 크다. 수출도 힘들다.
지금의 기술 수준은 앞으로 중국이나 인도에 충분히 추월당할 수 있다. 응용기술만 가진 사람의 비애다. 최근 어느 일본 기업인이 말한 것을 되새겨보자.
“한국기업은 기초기술부터 확실하게 배워야 합니다. 아직까지 표준화된 제품 외의 소재, 부품 분야가 많이 미약합니다. 돈을 쫓아다녀서는 기술 축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SW는 사람으로 말하면 ‘혼’ ‘정신’ 이다. 하드웨어장치는 골격이다. 하드웨어는 좋은 SW를 내장하지 않으면 좋은 제품이 안 된다. 사람에게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혼과 정신이 더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모든 것을 안심하기에는 불안하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미래 경쟁력 중 하나인 SW를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 정부나 사회도 이 부문에서는 정치논리가 아닌 기술, 연구논리에 의한 강력한 정책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SW 종사자들도 사회의 즉흥적인 요구에만 따라다니지 말고, 한 차원 높은 본질적인 연구와 참여가 필요하다.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컴퓨터 사용을 계산기 쓰듯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진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IT 및 SW 실력을 보유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식 아이티젠 회장 igisig@itg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