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만화] 윤승운 화백/이희재 작가의 ’아이코 악동이’

[내 인생의 만화] 윤승운 화백/이희재 작가의 ’아이코 악동이’

 “내가 이런 말 하면 이희재한테 뭐 얻어먹었나 할지 모르지만, 이희재는 타고난 작가예요. 성실하고…. ‘아이코 악동이’는 후배 작품이지만 존경할 만한 작품이에요.”

 ‘맹꽁이 서당’ ‘요철 발명왕’ 등의 작품으로 30·40대의 유년 시절 기억 한쪽을 책임진 윤승운 화백은 후배 이희재 작가의 ‘아이코 악동이’를 “서가에 오래 놓을 수 있는 고전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지난 3일 한국원로만화가회 창립총회 참석차 종로에 들른 윤승운 화백을 청계천 근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윤 화백은 “이제 만화를 정말 그만하고 싶은데, 계속 일이 들어온다”며 근황을 전달했다.

 윤 화백이 ‘아이코 악동이’를 보게 된 것은 한 출판사에서 이희재 화백의 다른 작품의 추천사를 의뢰하면서, 이 책을 같이 보내오면서였다고 한다.

 “작품을 보는데 이게 우리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리묘사도 너무 좋았고, 그림체도 어디에 영향을 받지 않았거든요.”

 책을 읽은 윤 화백은 “우리 손자들도 꼭 읽었으면 해서 손자들에게도 바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윤 화백은 이희재 화백의 그림체와 그 안에 담긴 순수성에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고 했다. 3년 전까지 순천대에서 강의한 윤승운 화백은 학생들의 과제물을 보면서 그림체 역시 자기 창작인데 일본이나 국내 작가의 아류인 사례가 허다해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희재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부터 선이 참 좋았다”며 “빠르지도 않고, 어디가서도 꿀리지 않는 그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화백이 꼽은 ‘아이코 악동이’의 또 다른 미덕은 “아이들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악동이는 이름하고 다르게 착해요. 자라면서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생기면서 가슴이 멍드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잘 묘사했어요. 거기에서 작가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이지요.”

 윤승운 화백은 “만화가 자신을 드러내는 작품을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아이코 악동이’는 그런 점에서 이희재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화백은 일본 만화 개방 이후 많은 작품이 들어오면서 아이들의 심성을 해치는 장면이나 묘사가 많은 작품이 늘어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아이코 악동이’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아이들의 심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는 후배 작가의 대외 활동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희재 작가는 현재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 정책위원장으로 실무를 도맡아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만화계 대내외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윤 화백은 “나는 내성적이고 마음속에 좌절감이나 패배감이 많아 남 눈치부터 보는데 봉사활동이나 다름없는 일에 나와서 대화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 좋다”며 칭찬했다.

 “내가 너무 이희재를 칭찬해서 남들이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윤승운 화백.

 그는 “그래도 내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를 꼽으라면 이희재는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며 “그건 어쩔 수 없는 진짜”라고 강조했다.

 ◆윤승운 화백은?

 1960년대 아리랑잡지 시절부터 우리나라 명랑만화계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작가다. 어수선한 듯하면서도 정돈된 그림체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며 윤승운 화백의 캐릭터는 한국 명랑만화의 한 전형으로 탄탄한 인지도와 지명도를 갖춘 수작이다. 그의 만화 이야기 전개 방식은 후진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맹꽁이서당’ ‘두심이표류기’ ‘요철 발명왕’ 등의 작품은 70·80년대 어린이에게 최고의 인기를 차지한 대표작들이다.

 ◆아이코 악동이는?

 청동거울에서 튀어나온 친구 ‘아이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악동이’와 친구들의 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1983년 잡지 ‘보물섬’에 처음 소개된 악동이 캐릭터가 25년 만에 여전히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희재 화백이 어린이들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 끝에 선보인 교육만화로 2008년 부천만화상 대상에 선정됐다. 아름다운 동화 같은 만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