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이 늘 자랑하는 것이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설치한 ITS 시스템이다. 매년 2만명씩 인구가 늘어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스톡홀름이 IBM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도입, 교통량을 22% 줄이고 대기오염도 14% 줄였다는 것이다. IBM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ITS가 오염없는 지구를 만드는 IT기술이라며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국내 ITS산업은 형성된 지 10여 년이 됐지만 여전히 ‘빅 점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장과 산업을 주도할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 연구개발과 기술에 투자하고 이것이 다시 시장을 키우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가격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표준품셈을 ITS 분야에서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업계와 학계는 지적한다.
곽경섭 인하대 교수(한국ITS학회장)는 “자재비, 노무비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공사비를 1000여 항목으로 나눠 정부가 고시한 가격이 표준품셈”이라며 “이것이 없다 보니 물가와 연동해 발주 가격을 올릴 수 없고 또 발주처가 자의적으로 가격을 깎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즉, 표준품셈이 없어 저가 수주가 발생하고 이는 결국 ITS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융통성 없는 저예산 가격정책도 ITS산업 피폐화에 한몫하고 있다. 통상 ITS사업은 계획 수립에서 발주까지 2∼3년 걸리는 게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실제 사업을 수행할 때는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유가, 환율 등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가격 인상 요인이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주처는 이를 감안하지 않고 최초 예산 그대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러니 업체들의 채산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제안서에 없는 사업까지 해달라고 요구하는 발주처의 ‘무분별함’도 업체를 곤혹스럽게 한다. 제안서 이외의 사업 요구는 업체들의 수익성을 깎아먹는 악성 바이러스인데도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불합리한 법규도 도마에 오른다. ITS를 관할하는 교통체계효율화법이 지난 달을 포함해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여전히 통신선을 구축하고 통신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관할하는 정보통신법을 적용, 소프트웨어를 상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ITS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ITS 법정 감리가 통신 전문가나 전기 통신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어 현장 전문가들과 간혹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ITS 법정 감리에 전산 전문가와 교통 전문가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