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종이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ET단상] 종이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박민형 전무 mhpark@adobe.com

 지난 2006년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았던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의 역작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은 우리 생활 양식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심각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책에서는 지구촌 곳곳에서 빙하가 녹아 내려 전 세계 대도시의 40%가 물에 잠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03년 8월 유럽에서 3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도의 폭염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진실에 저자가 제시한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고 소박하다. 집에서 쓰는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바꾸고, 뜨거운 물을 적게 사용하며, 나무를 많이 심는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는 개개인의 작은 실천과 생각의 전환이 합쳐져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평생 소나무 87그루를 종이로 소비한다고 한다. 이 또한 폭로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다. 실제로 가로, 세로 1.2m, 높이 2.4m 크기의 목재에서 나오는 종이 양은 0.45㎏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3억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가 생산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잘려나가는 나무의 절반가량이 제지 생산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종이 소비에 따르는 환경 피해는 숲의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벌채 후 수반되는 염소(chlorine) 처리에는 종이 1톤당 약 190톤의 물이 소모된다. 목재 섬유를 분쇄해 제지화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와 이때 배출되는 탄소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는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금전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종이를 소비할 때마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며 그동안의 생활 습관과 생각에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이것도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종이 한 장을 아끼고 재활용하며 더 나아가 종이를 대체하는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의 많은 기업과 정부는 비용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해 종이 사용을 줄이고 전자문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180년 전통의 세계적 엔지니어 컨설팅 기업인 뷰로 베리타스는 전자문서화로 업무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고, 프로젝트당 최대 50만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했다. 또 업무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일반 플랜트 프로젝트 한 건당 약 나무 50그루와 물 83톤 이상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각국 정부기관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업무 효율을 위해 전자문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정부 간행물 출판국은 최근 정부의 연간 예산 명세를 디지털 서명으로 인증된 전자문서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GPO는 매년 3000부가량 발행하던 2200페이지 이상의 예산문서를 전자문서 형태로 유관 기관에 배포함으로써 매년 480그루에 해당하는 약 20톤의 종이를 절감하고 있다. 나아가 향후 5년간 100만달러에 이르는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얻었다.

 최근 세계적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노력과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한창이다. 앨 고어가 제시하듯이 작은 생각의 전환과 습관 변화가 얼마나 큰 변화를 안겨다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