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ITS산업을 IT융합과 녹색성장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은 아직 유아기 수준이다. ITS산업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정부는 국내 ITS산업의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또 기업체수가 얼마나 되는지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ITS시장이 열린지 15년이 넘었지만 산업발전의 기본인 현황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TS산업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업체들이 추정하는 국내 ITS시장규모는 연간 1000억∼1500억 정도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이 규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발주물량이 다소 늘어나 2000∼2500억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줄고 있는 것은 그만큼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열악한 수익성으로 말미암아 기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창하는 녹색성장과 IT융합 성과가 이분야에서 나타날리 없다. ITS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시장이 돈이 되는 곳으로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 가이드라인인 표준 품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최저가 낙찰제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미 미국은 90년대부터 저가 낙찰을 방지하기 위해 교통부 산하에 전담팀을 만들어 매년 ITS 시스템에 들어가는 장비 가격을 조사, 공표하고 있다. 일본은 아예 ITS 시범사업 할 때 단가를 정하는 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 지난해 국토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통해 표준품셈을 포함, ITS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만들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국토해양부는 올 연말까지는 어떻하든 표준품셈에 관한 시안을 만들 예정이지만 업계는 보다 빠른 일정을 요구하고 있다. ITS 분야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위원회도 둘 필요가 있다. 이 이원회를 통해 정부의 저예산 가격정책 개선과 법 제도 보완, 전문 감리 인력 양성 같은 ITS산업 현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ITS분야는 최근 전문인력 부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근 경기부양 차원에서 ITS 사업이 많이 발주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유망 전문기업을 통한 수출확대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일부 기업이 몽골과 아제르바이잔에 ITS 기술을 수출 하는 등 ITS가 새로운 수출 아이템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 외국 기술자들이 자주 견학을 올 정도로 우리 ITS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철기 아주대 교수는 “기술력만 놓고 보면 우리 ITS기술이 결코 미국,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수출에 필요한 외국 인증 취득 지원 등 정부가 보다 체계적인 수출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ITS가 전자정부 못지 않은 수출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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