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1인당 국민 소득은 2000달러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우주개발 분야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최근 쏘아 올린 달 탐사선 ‘찬드리얀 1호’를 포함해 인도는 위성을 총 56개나 쏘아 올렸다. 발사체와 위성, 원격탐사 등 우주와 관련한 대부분의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인도는 1970년대 발사체 개발을 시작해 오는 2012년께 ‘찬드리얀 2호’로 위성의 달 착륙까지 시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11일에야 국내 처음으로 위성을 자력 발사할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을 갖는다. 우리의 달 착륙 시도는 지금으로부터 16년 뒤인 2025년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인도 정부의 우주개발 정책과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인도우주연구개발기구(ISRO)와 산하기관을 찾아 그들의 경쟁력과 힘의 원천을 들여다봤다.
◇인도 우주개발 본산 ISRO=벵갈루루 외곽에 있는 ISRO 본원은 허름한 4층 건물에 1000여명이 근무한다. 정책 집행 인력이 대부분이다. R&D 인력은 전국 전역에 설치한 9개 센터에 분산됐다. 이들이 쓰는 연간 예산은 8억달러다.
ISRO는 인도 우주 프로그램(Indian Space Program)을 처음 기획했다. 설립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9년이다.
총을 들고 서 있는 보초를 지나 현관을 들어섰을 때 위용이나 위압감은 없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발사체와 위성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난다. 기술력에서 나온 자부심이다.
이들의 처우는 파격적이다. 연봉이 일반인에 비해 2∼10배 많다. 연구원은 총 7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월 2만∼7만루피(약 60만∼210만원)를 받는다. 특수한 경우도 있다. 최근 15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연구원은 우리 돈으로 월 390만원이나 받는다. 인도도 예외 없이 글로벌 경제난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공계 출신의 처우가 좋다는 방증이다.
연구원들이 60세에 퇴직을 하더라도 10년 정도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재취업해 근무한다. 이런 연구원이 곳곳에서 기술 자문 등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2등급의 과학자·엔지니어로 일하는 무라리 크리스나씨는 “자녀를 둔 부모의 80%가 이공계, 특히 IT 분야 진학을 선호한다”며 “다른 공무원보다 처우가 좋은데다 기술 개발로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어떤 협력 가능할까=ISRO 위성센터에서 만난 특별 과학자인 T K 아렉스 센터장은 한국의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를 상대로 “작은 위성은 직접 협력, 대형 위성은 ISRO의 자회사인 안트릭스를 거쳐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렴한 발사비와 위성 제작비를 내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인도는 발사체와 위성 기술을 대부분 러시아로부터 벤치마킹했다. 심지어 ‘러시아 짝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그러나 기술 개발 40년이 지난 지금은 발사체와 위성, 영상 가공 기술이 상용화 수준에 올라 있다.
사실 ISRO는 프랑스 등 유럽이나 러시아와 국제협력이 활발하다. ISRO 직급상 서열 두 번째인 A 바스카라나라야나 과학비서는 “찬드리얀 1호의 탑재체 11개 가운데 5개를 인도가 자체 개발했으며 나머지 6개를 외국과 협력해 개발했다”며 “최근 벨기에, 영국, 프랑스 및 미국 등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 대해 “외국 위성 발사에서 미국 부품만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도가 MTCR 회원국이 아니어서 우주 발사체에 관한 협력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공현철 항우연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지난 1999년 인도 발사체 PSLV의 첫 상업위성 발사 때 위성 ‘우리별 3호’를 탑재해 쏘아 올린 적이 있다”며 “최근 통신해양기상위성 연구진이 컨설팅 서비스 용역을 발주한 것이 교류의 전부로 안다”고 말했다.
◇우주에 공을 들이는 이유=파키스탄 등 주변국과의 분쟁 등 안보차원에서 발사체를 개발하고 핵폭탄을 개발했지만, 실제로는 의료·교육 등의 분야에서 필요성이 더 크다. 방송과 통신을 기반으로 한 인도 정부와 국민 간 정책 소통을 위한 매개체가 절실했다.
B R 그루프라사드 ISRO 홍보 담당관은 “인도는 워낙 땅이 넓어 위성을 이용한 통신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로 ‘인도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취임하면서 국민과 소통을 위해 TV 등을 보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도 전역을 커버할 위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설명했다. 또 위성에는 자연스레 발사체 기술이 따라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칼람 전 대통령은 정치보다 경제, 특히 IT 육성에 공을 들인 인물로 유명하다. 국가의 부는 결국 과학기술에서 온다는 신념 아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흥을 제도화했으며, 와이프로·인포시스 같은 거대 IT 기업을 키워 오늘의 인도 SW 강국을 견인하는 주춧돌을 놨다.
칼람 전 대통령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지만 인도는 특히 위성 ‘찬드리얀’ 자랑이 끝없이 이어졌다.
T K 아렉스 위성센터장은 “위성 전체를 우리 스스로 다 제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나라로부터 위성과 관련한 교육이나 훈련 요청이 온다면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말로 한국과 협력 의사를 재차 나타냈다.
벵갈루루(인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