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 발전 및 확산에 따라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 등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미국의 미디어학자인 네그로폰테가 최초로 주창한 개념으로 기술·산업·서비스·네트워크 간 융합이 나타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방송·통신 융합의 대표적 서비스인 IPTV는 다양한 양방향 콘텐츠를 실시간 주문형(on-Demand)으로 송수신하는 서비스로 시장포화 단계에 진입한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아가 TV라는 매체와 함께 양방향성이 가지는 특징을 활용해 교육·의료·환경·홈네트워크 등 다양한 산업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국내 기술력이 결집돼 개발한 와이브로(WiBro) 역시도 정지·보행 또는 시속 60㎞의 이동 상태에서도 약 1Mbps의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광대역 무선인터넷 서비스로서 대표적인 융합서비스의 하나다. 특히 아프리카·중남미·우즈베키스탄 등 국외에서도 우리나라 와이브로가 상용화되는 등 좋은 호응을 얻고 있어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편,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All IP 기반의 4G 도입을 위한 기술개발과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저렴한 요금의 무제한 데이터통신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함에 따라 현재 데이터 정액요금제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10%에 해당하는 5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무선인터넷 상에서 누구나 SW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융합서비스 개발은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 중심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 IT 개발, 장비 보급, 네트워크 구축, 콘텐츠 개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IT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로써 다양한 영역의 산업을 동반 성장시킬 수 있다.
융합서비스 제공에 따른 파급효과로 가입자는 초고속인터넷·IPTV·와이브로·이동통신 등의 결합서비스 제공에 따른 요금할인으로 가구당 통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통신서비스와 교육, 행정 등의 공공서비스 및 물류·유통·금융 등의 이종산업과의 융합으로 가입자의 시간·비용을 절약하고 이용편의성을 제고해 사회 전반의 효용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가 산업 차원에서도 융합서비스 활성화로 침체된 통신서비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양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며 이로써 해외시장 개척에 따른 수출 증진 및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유도해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위기 대응:ICT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2009. 2)에 따르면 “구글이 아시아 경제위기 중반인 1998년에 설립됐고, 스카이프는 닷컴 붕괴시기인 2003년에 시작됐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경제위기가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는 융합서비스의 활성화야말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융합시장을 바라보는 통신사업자의 시각의 변화와 시장에 대한 규칙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통신사업자는 과거의 음성 및 데이터 통신과 같은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수익성 구조와 소모전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탈피하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콘텐츠 제공·판매, 모바일 광고, 스마트 계량기 등 융합에 따른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을 개척하는 데 주력해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다양한 수익성 모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시장 규칙을 융합 환경에 걸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융합서비스의 등장으로 IT 생태계가 새롭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각 가치사슬상의 주체가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로써 새로운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법제도적 정비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향후 융합시장 개척을 위한 통신사업자의 노력과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조화롭게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또 한 번 IT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 만방에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재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jrlee@ktoa.or.kr